신작 공백기에 '해외 대작' 투입…게임 업계, 개발·퍼블리싱 '투 트랙' 전략

대작 개발 힘 쏟는 사이 실적 가교 기대
넥슨, 슈퍼바이브 오픈베타 공개
카겜은 'POE2' 출격…PC 플랫폼 진출
포트폴리오 다양화·수익성 확보까지

연말연시를 맞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기대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트리플A’급 게임 출시가 대체로 내년으로 몰린 가운데 올해 연말은 해외 게임사가 출시하는 게임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내년 신작 출시를 앞둔 공백기 동안 ‘A급 대작’ 유통·배급(퍼블리싱)에 힘을 주면서 포트폴리오 강화는 물론 수익성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마련된 '슈퍼바이브 게임 라운지 in 성수'의 전경. 사진 제공=넥슨

먼저 포문을 쏘아 올린 건 넥슨이다. 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온라인 팀 전투(MOBA) 배틀로얄 신작 게임 ‘슈퍼바이브’를 지난 달 21일 오픈베타테스트(OBT)로 공개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개발진이 설립한 띠어리크래프트의 작품이다.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4’에서 시연을 선보이면서 이용자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넥슨은 한국과 일본 유통을 담당한다.


슈퍼바이브는 최대 40명의 이용자가 한 전장에서 생존 경쟁을 펼치는 게임이다. 다양한 캐릭터와 팀전을 통한 전략 싸움이 특징이다. OBT 단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상적인 초반 흥행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한국·일본 외 지역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게임 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슈퍼바이브는 OBT 출시 첫 날 약 3만 명의 최대 동시접속자를 기록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약 4만 8000명을 동원했다. 이용자의 91%가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로 게임성도 인정받고 있다. 개발사와 넥슨은 슈퍼바이브를 두고 “1만 시간을 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이라고 소개한다.


카카오게임즈(293490)는 뉴질랜드의 게임사인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개발한 액션슬래시 신작 ‘패스 오브 엑자일(POE) 2’를 7일부터 얼리액세스(먼저 해보기)로 서비스한다. 2013년 출시된 PC 온라인 게임 POE의 후속작으로 국내외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출시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스팀에서 2만 명대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는 등 대작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매김했다. 게임 개발자인 조나단 로저스 그리인딩 기어 게임즈 총괄 디렉터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쇼케이스를 진행할 정도로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11월 30일 서울 한강 새빛섬에서 열린 패스 오브 엑자일2 쇼케이스 현장의 전경. 사진 제공=카카오게임즈

신작 부재 속에 3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신작 출시를 앞두고 POE2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POE2는 기본적으로 무료 게임이지만 얼리 액세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3만 3000원 짜리 ‘서포터 팩’을 구입해야 한다. 4분기에 별다른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POE2의 매출이 실적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모바일 게임 중심이었던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포트폴리오에 본격적인 PC게임이 더해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회사는 POE2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PC·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운영 전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POE2는 PC 외에 플레이스테이션5 등 콘솔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글로벌 IP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게임”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넷마블(251270)은 지난 달 27일 모바일 수집형 전략 역할수행게임(RPG) ‘킹아서: 레전드라이즈’를 출시했다. 2017년 인수한 북미 자회사 카밤이 개발한 게임으로 유럽의 대표 문학 작품인 ‘아서왕의 전설’을 모티브로 개발됐다. 넷마블은 2017년 북미 등 서구권 시장 공략을 위해 8000억 원을 들여 전략적으로 카잠을 인수했는데 이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넷마블이 내년 9종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킹아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퍼블리싱에 공을 들이는 것은 리스크 분산 효과 뿐 아니라 게임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득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신작 출시 일정이 내년에 집중된 게임사들은 공백기의 가교 역할을 해외 대작 게임에 맡기면서 시장 확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게임 개발사들은 신작 출시에 성공하면 매출과 주가가 크게 개선됐다가 다음 작품 출시까지 서서히 실적이 내려앉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 사이에 퍼블리싱 게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최근 게임 업계의 개발 흐름이 대작 중심으로 변하면서 시간과 인력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탓에 퍼블리싱을 통해 게임 라인업을 다채롭게 유지하겠다는 포석도 있다.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흥행이 보장된 만큼 실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체 개발 게임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눈높이가 높아진 게임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대작 게임의 판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크래프톤(259960)은 효과적인 퍼블리싱 게임 확보를 위해 9월 라이엇게임즈 본사 사업총괄 대표를 지낸 오진호 최고글로벌퍼블리싱책임자(CGPO)를 영입했다. 게임 라인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엔씨소프트(036570)는 8월 엔씨 아메리카에 퍼블리싱 전문가인 진정희 대표를, 미국 아레나넷에 퍼블리싱 헤드로 크리스틴 콕스를 각각 선임했다.


퍼블리싱 게임의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게임사들은 대작 배급 게임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흥행몰이에 나섰다. 넥슨은 지난 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4’에 슈퍼바이브 대규모 부스를 마련한 데 이어 이달 22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슈퍼바이브 홍보를 위한 팝업 게임 라운지를 운영한다. 13일부터는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도 개최한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같은 장르의 LoL 아성에 최대한 균열을 내는 게 목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달 30일 한강 새빛섬에서 POE2의 얼리액세스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얼리액세스 기간 PC방에서 무료 플레이를 지원하며 이용자 확대를 꾀한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개발에 리소스가 대거 투입되는 흐름으로 변하고 있는 데다 PC·콘솔 등으로 플랫폼 또한 다변화하면서 퍼블리싱을 통한 다양한 게임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게임 개발사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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