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수소차 배터리 수명연장 길 열었다

정연식·조은애 교수 연구팀
출력밀도 기존보다 62% 향상
고내구성 촉매 소재 개발 성공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연료전지의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연식·조은애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소 연료전지에 활용될 수 있는 고내구성 촉매 소재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에 지난달 21일 게재됐다.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버스 박람회인 ‘버스월드 2023’에서 이탈리아의 이베코그룹 산하의 이베코버스 부스에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 수소전기 시내버스 'E-WAY H2'가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다. 물에 전기를 가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 전기분해 반응이 일어나는데 반대로 수소를 산소와 합쳐 물로 만들면 전기를 얻을 수 있다. 부산물이 물밖에 없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수소 연료전지를 쓰는 수소자동차는 리튬 이온 전지를 장착한 전기자동차와 달리 장시간 충전이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비용과 내구성 한계가 있다. 수소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귀금속인 백금을 촉매로 사용해야 한다. 또 연료전지 구동 과정에서 백금 입자끼리 뭉치면서 금방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백금을 대체해 저렴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촉매 개발이 수소 연료전지 상용화의 관건인 셈이다.


연구팀은 백금에 ‘자이로이드 나노구조체’라는 특수 소재를 결합한 새로운 촉매를 만들었다. 자이로이드 나노구조체는 3차원적으로 길게 연결된 구조를 가져 전기가 잘 통하고 입자가 이동할 수 있는 빈 통로가 많아 수소 반응 효율을 높여준다. 백금 입자가 자이로이드 나노구조체의 빈 공간 안에서 고정돼 서로 뭉치는 현상을 방지한다. 반응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촉매 표면적 역시 기존보다 3.6배 넓어졌다.



정연식(왼쪽부터)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최성수 박사과정, 양현우 박사과정, 조은애 교수가 연구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KAIST

연구팀은 연료전지를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수천 시간에 해당하는 2만 사이클 동안 작동시킨 후 성능이 떨어지는 정도를 측정하는 내구성 평가를 했다. 그 결과 자이로이드 나노구조체 기반 촉매가 기존 촉매보다 62% 이상 높은 출력밀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정밀한 고분자 자기조립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기계적, 화학적으로 견고하고 물질 전달 능력이 탁월한 신규 지지체 소재를 설계해 촉매의 수명과 활성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차세대 에너지 전환 기술에 있어 귀금속 촉매 지지체 소재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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