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헬스케어, 신약 개발만 믿고 투자 말아야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최근 몇 년 간 헬스케어 업종은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부문에서 혁신적으로 성장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촉발된 백신 개발 경쟁과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성분 비만 치료제의 등장은 제약 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


그러나 제약 업종에만 초점을 맞춰 헬스케어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시각일 수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변동성이 큰 이 분야에 대해 성공적으로 투자하려면 더 넓은 시각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투자는 피해야 한다. 혁신적인 신약이 난치병을 치료하고 기업과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줄 잠재력을 지닌 분야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신약 개발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이기에 투자자들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임상 1상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성공할 확률은 단 10%에 불과하다. 1상에 진입하지도 못하고 중단되는 경우가 그보다 훨씬 많다.


2020년 11월 화이자와 모더나가 획기적인 코로나19 백신을 발표했을 때 다른 업체들도 236개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FDA의 최종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사용된 백신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이는 신약 파이프라인에 의존한 투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투자자들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기업의 핵심 평가 요소로 삼기보다는 임상 성공 시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하는 하나의 선택지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바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갖춘 기업을 식별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업종 투자의 성공 역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건전한 재무제표, 높은 자본 수익률, 강력한 재투자율을 중심으로 한 기초체력(펀더멘털)에서 비롯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환자의 치료 효과를 개선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의료 시스템의 비용 절감을 돕는지, 이익을 창출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기업이라면 일관된 수익 성장 모델을 바탕으로 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업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를 탐색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염기 서열 분석 진단, 최소 침습 치료법(신체의 절개나 관통 등이 필요한 시술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치료법) 등 여러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 분야들은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환자의 치료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이뿐 아니라 신약 개발의 예측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에게 유망한 의료 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헬스케어는 신약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시장이다. 이를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업에 투자해야 장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성장성은 내재적인 강점과 탄탄한 펀더멘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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