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발주가 메탄올 대비 세 배 가까이 많았다. 지난해 급격히 커졌던 메탄올추진선의 인기가 한 풀 꺾였기 때문이다. LNG벙커링 인프라가 지속 확대됨에 따라 LNG추진선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전 세계 LNG추진선(운반선 제외) 발주는 총 264척으로 메탄올 추진선(103척)보다 약 2.6배 많았다. 지난해 메탄올 추진 발주가 133척으로 LNG추진선(153척)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계약한 컨테이너선 가운데 168척이 LN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메탄올은 52척에 불과했다.
조선업계는 당초 메탄올 추진 선박이 LNG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선사들이 세계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해운 불황까지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LNG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탄올의 가장 큰 장점은 벙커링 구축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다만 LNG는 대규모 벙커링 인프라가 이미 상당수 구축돼 있어 경제적 우위가 뚜렷하다. 당장 올해 1메트릭톤(M/T)당 LNG벙커링 가격(로테르담 기준)은 846달러로 전년 동기(887달러)보다 5% 하락했다.
LNG 벙커링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관련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선사들의 LNG의 해운 연료 채택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선급협회(DNV)에 따르면 전 세계 벙커링용 LNG의 연간 소비량은 2023년 320만 톤에서 2025년 750만 톤, 2028년 1500만 톤으로 꾸준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LNG추진선 역시 지난해 472척에서 2033년 1262척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LNG추진선 열풍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운반선을 제외한 전 세계 LNG 추진 선박 중 중국이 229척을 수주했는데 이는 한국(21척) 대비 10배 이상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박인 LNG운반선조차 짧은 시간 동안 글로벌 점유율이 90%에서 60%대까지 내려왔다”며 “중국 조선사들의 LNG 추진 컨테이너선, 자동차운반선에 대한 압도적 건조 경험이 자칫하면 국내 조선사와 LNG 기술 역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