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부터 6시간가량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가 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수업 자료로 떠올랐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하룻밤 만에 수업자료를 제작해 공유에 나선 데 이어,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이번 사태를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깊이 되새기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4일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역사 교사로서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여겨지는 아침”이라며 총 34쪽 분량의 PPT 자료를 교사들에게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이들이 공유한 자료에는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부터 시작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부터 이튿날 새벽 해제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시간대별로 정리돼 있다.
자료는 ‘계엄령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역대 계엄령 사례, 12.3 계엄령의 문제점, 시위나 단체 행동에 쓰일 슬로건(구호) 만들기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특히 박근혜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기각됐을 때를 대비한 계엄령 계획 문건과 올해 9월 야당의 ‘계엄 준비’ 의혹 제기 등 최근의 논란까지 다루고 있다. 아울러 국제엠네스티 세계인권선언문을 읽고 이번 사태로 자신의 어떤 권리가 침해됐는지 적어보는 과제도 제시됐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글의 말미에 “자료는 선생님들께서 적절히 수정하여 수업에 활용해달라”며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지금의 사태를 엄중히 여기고 역사 교사로서 해야 할 책무를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적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특정 기념일이나 시사적인 의미를 다루는 주제를 가르치는 것을 계기 교육이라고 한다. 예컨대 6.25 전쟁에 대해 매년 6월 가르치는 것도 한 예시다. 야권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등 정국이 급속도로 소용돌이치면서 교육 현장에서 이번 계엄령 사태를 가르치는 계기 자료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도 이번 사태의 교육적 의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교육공동체는 이번 사태를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깊이 되새기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도 “자라나는 아이들과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교육자의 역할”이라며 “12월 3일의 비상계엄에 대해 우리는 민주주의 역사의 교훈으로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