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윤석열 정부와 밀월 관계를 유지했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잇따라 정부를 비판하거나 경고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외교부는 부랴부랴 비상계엄 사태의 한미관계 영향에 대해 현재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을 취소하고 일본만 가는 등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6일 외교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미국 외교관들의 언어가 매우 직설적으로 변했다며 윤 정부에 대한 실망을 내비치는 수준을 넘어 인정하지 않는다고까지 해석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방한을 취소했다 결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은 결국 지난 3일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한국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오스틴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의 사임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일본 교도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내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미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윤 대통령이 형편없는 오판을 했다(badly misjudged)”며 “매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계엄이) 심각하게 불법적인 과정이었다고 분명히 지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가 동맹국 정상에 대해 ‘'오판' ‘문제' ‘불법’ 등의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부랴부랴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밤 늦게 외교부는 “정부는 계엄령 발표 직후부터 한미 간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은 국무부 장관 성명 등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굳건한 한미동맹을 지지하며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비상계엄 선포를 미국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의 불쾌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계엄 선포 직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특정 국가의 법과 규정이 준수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발언한 데 이어 급기야 5일(현지시간)에는 "계엄령의 발동과 그러한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확실히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면서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한미)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