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현지 시간) 호주 공영방송인 ABC 보도에 따르면 호주 국가안보위원회(NSC)는 신규 호위함 사업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의 ‘MEKO’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호주의 Sea 3000 사업’ 1차 후보 4개국 가운데 한국과 스페인이 빠지고 일본과 독일이 2차 후보국 2개국으로 추려낸 것이다. 호주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최종 후보 1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에 호주 정부는 10년간 110억 호주달러(약 10조 원)를 들여 신형 호위함 11척을 도입한다. 2029년까지 3척을 인도받고 나머지 8척은 호주에서 건조하는 조건이다. 호주 호위함 사업은 국내 조선업체의 대규모 함정 수주 가능성을 살펴볼 가늠자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두 업체 가운데 한 곳도 본선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하는 고배를 마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최종 후보로 선정된 독일과 일본 기업이 정부와 원팀을 이뤄 총력 수주전에 나선 것과 달리 두 곳의 국내 업체가 7조 8000억 원 규모의 ‘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는 대립 구도 속에서 각자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을 깎아 먹았다는 대목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호주 정부가 ‘왜 한국만 두 개 업체가 수주전에 뛰어들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 개 기업만 출전해 정부와 손발을 맞춰 밀착 수주전을 벌인 독일, 일본과 달리 유독 한국만 두 업체가 뛰어들어 화력이 분산된 것이 패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호주 호위함 수주전에서 K방산이 일본과 독일에게는 참패한 상황에서 향후 진행될 60조 원에 달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 역시 두 곳의 국내 업체가 원팀이 아닌 각각 뛰어든 상황이라 또다시 고배를 마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군함 일감이 바닥났다”며 “해외 수주전에서 또 밀리면 군함 건조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다른 나라들이 원팀을 구성한 것과 달리 두 곳의 국내 업체 참여로 저희 입장에서도 노력이 분산이 되기 때문에 원팀으로 갔을 때 좀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저희가 잘 교훈 삼아서 원팀 구성 뿐만 아니고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60조원이 투입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전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 팀을 이뤄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캐나다 현지 매체에서 주목할 만한 뉴스가 나와서 눈에 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라이벌인 일본 업체들이 입찰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캐나다 더힐타임스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업체들이 지난 18일이 마감이었던 입찰 관련 정보요청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답변서 제출 마감 수일 전 오타와 주재 일본 대사관이 이 매체에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조달 프로젝트에 일본 기업은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입찰 시작 단계지만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 플레이어들(가와사키중공업·미쓰비시중공업)이 대규모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캐나다 국방부는 60조 원으로 추정되는 현대식 잠수함 12척 획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추정으로는 사업비가 체코 원전 수주액(24조 원)보다 2.5배나 높은 규모다.

캐나다 해군이 희망하는 사양은 큰 고래를 뜻하는 ‘타이게이급’이다. 사양은 3000t에 전장 84m, 폭 91m 규모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기종이다. 한국 업체들에 희망하는 사양도 이와 유사한 ‘KSS Ill Batch II급’이다. 일본보다 취역이 늦지만 한국 업체들은 일본과 같은 3000t급 잠수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첨단 사양으로 캐나다의 눈높이를 맞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유럽 방산 플레이어들이 캐나다가 희망하는 사양에 대해 제작 완성이 아닌 ‘설계 중’(in design) 상태다. 아시아 방산 기업의 기술 수준이나 제작 능력이 유럽 업체보다 한 수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업체들이 캐나다 잠수한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전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납기 마감 시한에 대한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해군은 잠수함 현대화가 시급한 상황으로 첫 납기 시점과 관련해 2028년까지 계약을 체결한 뒤 2035년까지 첫 잠수함을 인도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25일(현지 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시아판 보도에서 일본 조선업체들이 이 사업을 주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일본의 경우 잠수함 생산 허브인 고베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이라는 두 거대 제조 업체 중 한 곳에서 매년 한 척씩 생산되고 있다”며 두 회사의 제한된 생산 능력을 고려할 때 자위대에 납품할 물량 제작도 빠듯한 상황으로 12척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면 (납기 시점) 계약조건을 맞추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일본 방위성은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비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8조 5400억 엔(약 78조 원)을 요청했는데 여기에 해상자위대가 쓸 타이게이급 잠수함 9척 획득 사업이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12척 사업을 수주할 경우 상당한 인력 확보가 필요한데 새로운 일감을 수주하더라도 신규 직원 확보가 어려워 망설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신규 일감을 위해 상당한 설비 투자 부담과 사업 완료 후에도 유지보수 부담부터 매 3년마다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 및 납품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리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일본 방산업체들이 입찰 참여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본이 실제 캐나다 잠수함 12척 수주 사업을 포기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