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건보가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정부가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하는 ‘혼합(병행) 진료’가 건보 재정을 위협하고 있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수송동 코리안리빌딩에서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혼합진료는 예를 들어 비타민 주사(비급여)를 맞으러 간 사람에게 의사가 소화불량(급여) 처방을 같이 하는 것과 같이 건보 급여와 비급여 치료를 세트로 하는 것을 말한다. 정형외과 등에선 전기치료나 열찜질같은 급여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처방하는 일이 많다. 보험연구원은 혼합치료로 발생하는 건보 부담이 지난해 640억 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혼합진료가 공적보험인 건보체계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특히 비급여는 의사가 주도하는 공급자 유인 수요가 다수여서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급자 유인 수요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가 만들어 내는 수요다. 공급자(의사)가 정보나 지식 면에서 수요자(환자)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을 경우 수요자는 공급자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고, 공급자가 이 점을 활용해 유발시킨 수요를 말한다.
이 교수는 비급여를 줄이기 위해 “낮은 건보 수가 등 비급여가 남용되는 원인을 분석하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기술과 신약 등이 계속 나와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기 어렵고, 치료의 특성상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할 수도 없다"며 "질환별 특성을 고려해 핀셋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급여 진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 상품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6%에 달한다”며 “본인부담금을 상향하고 비급여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1~3세대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는 낮추고 자기부담금을 높여 2021년 7월 출시했는데 손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은 “현재 5년인 보험 신상품 요율조정 시기를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온 고영호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비급여 관리 체계 구축과 실손보험 상품 구조 개편을 동시에 접근해야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하는 인식 아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연내 비급여 의료와 실손보험 등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