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은 여름처럼 시작해서 겨울처럼 끝났다.

관측 사상 최초로 '9월 열대야'가 나타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많은 눈과 비가 내리며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컸다는 것이 기상청의 평가다.

5일 기상청은 '2024년 가을철 기후특성'을 발표하고 올해 9월~11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7℃ 높은 16.8도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올 가을에 우리나라 주변 상공에 고기압성 흐름이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여파로 서울에서는 76년 만에 '9월 폭염'이, 춘천에서는 최초로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11월 중순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첫서리와 첫얼음은 평년보다 늦게 관측됐다.

가을치고 이례적으로 많은 눈·비도 내렸다. 올가을 강수량은 415.7 mm로 평년(266.1 mm)의 1.5배 이상 많이 내려 역대 5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으로 여러 차례 강한 가을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9월 20~21일에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된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전국에 이틀간 많은 비가 내렸으며, 11월 1~2일에는 제21호 태풍 ‘콩레이’에서 변질된 온대저기압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비가 쏟아졌다.

이에 9월 21일에는 창원(397.7mm)·부산(378.5 mm) 등에서, 지난달 1일에는 제주(238.4mm)·고산(138.4mm) 등에서 역대 최고 일강수량(각각 9월, 11월 기준) 을 경신했다.

아울러 10월에는 태풍의 영향은 없었지만 상층 기압골이 우리나라 주변으로 자주 통과하며 자주 비를 뿌린 결과 역대 1위 강수일수(11.0일)을 갈아치웠다.

기록적인 가을비에 이어 11월에는 강력한 첫눈이 내렸다. 지난달 25일~29일 사이 영하 30℃ 이하의 매우 차가운 공기를 동반한 상층 기압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쏟아졌다.

유달리 뜨거운 초가을에 이어 눈폭탄을 맞은 늦가을의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 및 북서태평양 해수면온도는 9~11월 내내 평년보다 1~4도가량 높았다.

이에 기상청은 "필리핀 부근의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대류활동이 강화된 결과 태풍이 자주 발생했고, 서해 지역 높은 해수면 온도는 눈구름을 강력하게 발달시켜 수도권에 많은 눈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로 지난달 서울·인천·수원에서는 11월 일최심 신적설, 28일에는 일최심 적설 최곳값을 경신했다. '일최심 신적설'은 하루 동안(0~24시) '새로' 눈이 내려 가장 많이 쌓인 깊이를, '일최심 적설'은 전날 쌓인 눈을 포함해서 그날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눈이 쌓였을 때의 깊이를 뜻한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이날 "올 가을철 들어 9월에는 폭염이 발생할 정도로 더웠고, 11월 말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계절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최근 기후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기상청에서는 이번 겨울철에도 단시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시하고 분석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