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아닌데…이렇게까지 오른다고?” 서울대병원 의사도 놀랐다

■[메디컬 인사이드]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일상 속 수시로 변하는 혈압…해법은 24시간 연속혈압측정
20~30대 고혈압 유병자 느는데 인지율·치료율 여전히 낮아
스카이랩스, 세계 최초로 커프리스 반지형 혈압계 상용화
8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24시간 혈압관리 편리해져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반지형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 '카트 비피'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카트 비피'로 측정한 혈압 수치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여기 보이시죠? 일주일치 혈압을 꾸준히 관찰해보니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씩은 (수축기) 혈압이 160mmHg까지 오르지 뭡니까.”


이해영(사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스마트폰 앱을 열어 하루 동안의 혈압 추이가 기록된 그래프를 보여주며 “24시간 연속 혈압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일 줄 미처 몰랐을 것”이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 교수의 말대로 화면 속 그래프에는 매일 오전 6~7시, 오후 8~9시 무렵 혈압이 오르는 공통적인 패턴이 나타났다. 하루종일 외래진료가 잡혀있는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하루에 세 번씩 혈압 160mmHg을 넘나들 때도 있었다. 이 교수는 “본래 혈압은 주간에 활동할 때 높아졌다가 야간에 휴식을 취할 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도 “외래진료 때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보니 생각보다 혈압이 많이 오르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고 했다. 이러한 패턴을 알게 된 이후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눈을 붙였더니 혈압이 한결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 시시각각 변하는 혈압…안정된 자세로 측정한 수치가 ‘고혈압’ 진단 기준

혈압은 말 그대로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액이 동맥혈관 벽에 주는 압력이다. 심장이 수축해서 동맥혈관으로 혈액을 보낼 때 측정한 수축기 혈압과 심장이 늘어나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측정한 이완기 혈압 수치를 보고 정상 여부를 판단한다. 국내 성인 고혈압의 기준 수축기 혈압은 140㎜Hg, 이완기 혈압은 90㎜Hg 이상이다. 수축기 140~159㎜Hg 이완기 90~99㎜Hg이면 1기, 수축기 160㎜Hg 이상 이완기 100㎜Hg 이상이면 2기 고혈압으로 분류돼 더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압은 일정 범위 안에서 끊임없이 변한다. 건강한 사람도 스트레스나 육체적인 활동, 온도 변화 등에 의해 순간적으로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이 교수의 경우 안정한 상태에서 혈압을 재면 수축기 130/80㎜Hg 정도가 나온다. 엄밀히 고혈압 환자는 아니다. 그런데 깨어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혈압이 크게 오른 상태로 지낸다는 건 그냥 넘기기 어려운 신호다. 이 교수는 “일상 속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체감했다”며 “나트륨 함량이 높은 국물 요리는 되도록 먹지 않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등 혈압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우는 혈압계…“편리하게 24시간 연속혈압 관리 가능”

이 교수가 비교적 쉽게 24시간 혈압을 관리할 수 있게 된 비결은 매일 끼고 다니는 반지였다. 얼핏 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과 비슷하지만 스카이랩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다. 기존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와 95% 유사한 혈압 측정값을 보인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작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혈압 측정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으면 10분에 한 번씩 혈압과 맥박이 측정되어 스마트폰 앱에 그래프로 표시된다. 반지 내부의 센서에서 특수한 빛(광용적 맥파)이 나와 손가락에 지나가는 혈관의 혈류를 미세하게 측정하고 이를 혈압 수치로 환산해주는 원리다. 커프 없이 혈압을 잴 수 있는 기술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 교수는 고혈압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카트비피와 기존 연속혈압측정기의 정확도를 비교하는 임상연구를 이끌었다. 그 결과 카트비피는 팔뚝을 감싸는 커프를 활용해 혈압을 재는 연속혈압계와 높은 일치도를 나타내며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 받았다. 별도의 조작이나 커프 가압에 따른 불편감 없이 일상 속에서 수시로 변하는 혈압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 90만명 육박…“3명 중 2명은 방치”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0세 이상 인구의 30%인 약 130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이 약 580만 명으로 가장 많지만 20~30대도 약 89만 4000명에 달했다. 수축기 혈압 130~139mmHg 또는 이완기 혈압 80~89 mmHg으로 정의되는 고혈압 전단계에 있는 20·30대도 159만 1000명이나 됐다. 합치면 250만 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젊은 연령대일수록 고혈압 치료는 커녕 진단을 받은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고혈압에 해당하는 20~30대 중 57만 4000명(64%)은 의사로부터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혈압 치료제를 한 달에 20일 이상 복용한 비율인 ‘치료율’도 35%에 그쳤다. 이런 경우 24시간 혈압 측정이 질환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이와 무관하게 집과 진료실 혈압 차이가 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들도 많다. 평소 혈압은 정상인데 흰 가운을 입은 의사만 보면 혈압이 높아지는 ‘백의 고혈압’이나 반대로 평상시 혈압은 높은데 병원에서는 정상 범위에 들어오는 ‘가면고혈압’, 잠자는 동안 혈압 변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도 24시간 혈압 측정 대상이다. 이 교수는 “집과 진료실 혈압 차이가 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절반쯤 된다. 고혈압 환자 2명 중 1명은 약을 덜 먹거나 더 먹고 있다는 의미”라며 “고혈압은 계속 방치하면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이 크게 올라가는 만큼 최소 1년에 한 번쯤은 24시간 혈압을 확인하고 맞춤형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지형 혈압계를 통한 24시간 혈압 측정은 8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 환자는 5000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4시간 혈압 측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이 교수는 고혈압학회의 30주년 연구과제로 선정된 ‘무커프 반지형 혈압측정계’ 임상연구의 책임을 맡았다. 반지형 혈압계로 주야간 혈압을 밀착 관리했을 때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상반기 중 환자 모집을 시작해 최종 결과는 7~8년 뒤에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혈압 관리에는 왕도가 없다. 4~5년쯤 지나야 체감할 만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쉽지 않다”며 “의료용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시간대별 혈압 변동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심혈관 건강 관리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