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길어지는 尹…여의도 상황 예의주시하는 용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尹 탄핵 찬성 발언 이후
대통령실은 별 다른 입장 없이 침묵 모드 지속
비상 계엄 사태 후 尹 사흘째 칩거 일정 취소
7일 탄핵 소추 투표 상황 지켜보며 대응할듯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흘 연속 공개 일정을 취소한 윤 대통령은 6일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사실상 찬성하는 쪽으로 급선회하자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이 나오는 등 여권이 요동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숨죽이고 향후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한 대표의 탄핵소추 찬성 발언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진들 역시 침묵 모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청사 내에도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자신이 소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이 드러난 사실들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전격적인 입장 선회는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직무집행 정지 방법에는 자진 사퇴 또는 탄핵이 거론되는데, 현재까지 윤 대통령에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3일 저녁~4일 새벽 이후 공식 외부 일정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5일 역시 별도 일정 없이 통상 업무를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 등 일정을 전면 취소했고 이번 주말까지는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달 5~7일 한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비상계엄 선포 후 스웨덴 측이 방한 일정을 연기하면서 취소됐다.


여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5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개최를 검토했지만 실제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적 혼란이 커지면서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태 수습을 위해 우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실 참모진 중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사람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유일하다. 정 실장은 5일 최병혁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선 브리핑을 했지만 별도로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정 실장은 평소와 달리 기자들의 접근이 힘든 무대 뒤 통로를 이용했다. 퇴장하는 정 실장에게 취재진이 “질문 안 받으십니까”라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정 실장 외에 정책·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및 비서관들도 최대한 언론을 피하고 있다.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메시지를 내 혼선을 빚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실 메시지는 외신에만 짧게 실렸다. 대통령실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이라며 “합헌적인 틀 안에서 모든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 및 중진의원들을 만나 “계엄에는 문제가 없고 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국방부 장관 인사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신임 국방부 장관에 최병혁 주사우디대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당분간 정국 추이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장 대통령실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인데 한 대표까지 탄핵 찬성을 시사한 발언을 하면서다.


여당 내에서도 한 대표의 입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수 없다”며 “이대로 무기력하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분명한 사과와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충분한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 그리고 사법적인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것이 헌법정신이며 법치국가의 당연한 상식”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현재 조사가 준비 중이다. 사법당국도 수사에 착수했다”며 “대통령 탄핵은 헌정의 중대 변곡점이다. 아직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야당의 주장에 동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와 우리 후손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초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비상계엄으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이후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탄핵소추안 투표 결과에 따라 많은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