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동성 급한 불 껐다…어피니티에 '1.6조 롯데렌탈' 매각 [시그널]

이사회 후 양측 MOU 체결
호텔롯데 지분 56% 대상
매각가 1조5729억 책정
막판 인수 경쟁에 몸값 치솟아

롯데렌터카. 사진제공=롯데렌탈

유동성 위기설에 빠진 롯데그룹이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089860)을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매각 대금 1조 6000억 원을 호텔롯데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하면서 유통 분야의 급한 불부터 우선 끄게 됐다고 평가했다. 어피니티는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에 이어 롯데렌탈까지 품으면서 렌터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본지 12월 3일자 20면 참조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롯데렌탈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어피니티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지분 56.2%와 경영권이다. 롯데 측은 매각 후에도 롯데렌탈 지분 5%를 계속 보유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양측은 주식매매계약(SPA)을 내년 1~2월, 잔금 납부 등은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의 매각가는 총기업가치를 2조 8000억 원으로 평가해 1조 5729억 원(주당 7만 7115원)으로 책정됐다. 롯데렌탈의 현금 창출력이 연간 1조 원 이상에 달하는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인정받은 결과다.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쏘카·타이어뱅크 등 전략적투자자(SI)까지 거래에 관심을 보인 점도 롯데렌탈의 몸값을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롯데렌탈 주가와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3만 3350원, 1조 2217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유통·화학 등 양대 축이 모두 실적이 부진해 재무 악화에 빠진 롯데그룹이 이번 매각으로 한숨을 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롯데는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만 올 3분기 기준 2조 3061억 원을 안고 있다. 사채를 포함한 유동차입금 총액은 3조 4896억 원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은 7109억 원으로 지난해 말 8343억 원보다 12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더욱이 호텔롯데는 실적까지 악화하고 있어 롯데렌탈 매각이 절실한 상태다. 면세점 사업이 최근 영업 적자로 전환한 데다 그룹 유동성에도 비상등이 켜지면서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3분기에는 9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285억 원의 손실을 봤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작업이 예상보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은 시장의 우려를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도”라며 “알짜 계열사인 롯데렌탈을 팔아 적자 상태인 호텔롯데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인수를 최종 확정할 경우 렌터카 업계에서 절대적인 우위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는 점유율 21%인 롯데렌탈이 1위, 16%인 SK렌터카가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점유율을 군소 렌터카 업체들이 나눠 갖고 있어 어피니티가 두 회사를 통해 시장을 40% 가까이 점유한다면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추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에서 가려질 독과점 여부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동차 리스 등을 제외한 두 회사의 실질적인 렌터카 사업 점유율은 3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별도의 법인으로 두고 향후 3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기간에는 롯데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IB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유통 부문에서 또 다른 알짜 매물인 롯데칠성음료까지 매각 테이블에 올릴지에 주목하고 있다. 또 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011170)이 직접 사업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지에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초부터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타이탄을 포함해 일부 사업부를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거래를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롯데케미칼의 현금성 자산은 올 9월 말 기준 1조 9056억 원으로 지난해 말 2조 7015억 원보다 8000억 원가량 급감했다. 반면 이 기간 차입금·사채 액수는 4조 1200억 원에서 5조 2495억 원으로 1조 1000억 원 넘게 급증해 재무 우려를 키웠다. 최근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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