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탄핵 결과 관계없이 尹구심력 약화…한일관계 예측 어려워"

아사히 "당분간 한국 동향 관망"
韓 여론 안좋아 서툰 행동 안돼
尹담화엔 "탄핵피하려는 의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치가 혼란에 빠지면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탄핵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사태로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해 온 윤 대통령의 구심력 약화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 역시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삼가고 싶다”, “타국의 내정이기에 평가도 삼가고 싶다”, “가정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고 싶다” 등 ‘삼간다’는 말을 3번 반복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말을 강조하며 “특별하고도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주시하고 싶다”고 했다.


아사히는 “당분간 일본 정부는 한국의 움직임을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에 예정돼 있던 나카타니 겐 방위상의 방한에 대해서도 내부 간부들로부터 “이제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내년 초를 목표로 조정하고 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방한도 사실상 포기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정서는 물론 언론들의 반응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비판적이라는 점도 일본 정부에는 부담이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한국의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일본이 서툴게 움직이면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함께 양국 간 정체돼 있던 셔틀 외교를 재개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 정부 입장에선 ‘우호적인 협력 파트너’였다. 이에 윤 대통령의 역할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일본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아사히는 “역사 인식의 해결과 방위 당국 간의 연계와 같은 한일 간에 놓여 있는 오랜 과제에도 착수할 수 있는 시기였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정치력을 잃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 동아시아의 안정화에 기여해 온 한미일의 연계도 단번에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사히는 이날 오전 나온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서도 “시기와 내용상 탄핵소추를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의도가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방안을 당(여당)에 일임한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임기 단축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국정 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여당 의원들에게 탄핵에 찬성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고 밝혔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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