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으로 부결될 위기에 처하자 여의도는 운집한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스크린을 응시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던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 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직 모른다”며 기대감을 갖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7일 오후 5시 21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시작되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퇴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0만 명의 시민이 모인 여의도에는 순간적으로 정적이 감돌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해 표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말을 잃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스크린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스크린을 향해 “국민의힘 해체하라”, “반역자들”이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국회의사당을 향한 야유의 목소리도 곳곳에 퍼졌다.
방송에서 이날 오전 진행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송출되자 “목소리를 듣기도 싫다”며 격양된 반응이 나왔다. 일부 시민이 망연자실하며 자리를 뜨려 하자 집회 사회자가 “해산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달라”고 말하며 만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집회 현장 인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가 연신 “국민의힘 해체”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당장 나오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급히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간 경찰의 바리케이트 앞에 주저 앉아 농성에 나섰다.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한 안철수 의원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민 모(28) 씨는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혐오스럽고 개탄스럽다”라며 “국회 퇴장은 국민을 무시하는 짓이니 퇴장한 의원들을 무력을 써서라도 잡아와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여의도에 모인 시민들은 오후 5시 45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진행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결과 찬성 198표, 반대 2표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얼어붙어 있었다.
정족 수 미달로 표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 당위성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하자 시민들 또한 “옳소”라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후 김예지,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장에 돌아와 투표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현장에는 “아직 모른다”며 환호성이 터지는 등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제발 5명만 더…”라며 기도를 하는 시민도 보였다. 현장 곳곳에서는 “투표해”라며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표결 마감 시간인 8일 오전 12시 48분까지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루고 본회의장에서 대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여의도 현장에는 오후 4시 4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7000명이 몰렸다. 경찰은 교통경찰 230명 등을 경찰력을 현장에 파견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는 인파가 몰리자 혼잡 해소 시까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양방향 무정차 통과 조치를 취하다 이날 오후 6시 10분께 무정차 통과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