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함도 열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야당의 탄핵안 발의를 자초한 윤 대통령은 가까스로 대통령직은 유지하게 됐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 부족에 투표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탄핵안은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날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마친 뒤 단체로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부결 당론’을 확정했다.
이후 회의장에 남은 야당 의원들과 안 의원이 먼저 투표를 진행했다. 이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이 회의장에 돌아와 투표에 참여해 모두 195명이 오후 7시를 조금 넘어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투표를 마쳤다.
하지만 우 의장은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고, 대신 여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돌아올 것을 기다리며 본회의를 열어둔 채 대기하기로 했다.
우 의장은 “얼마 전 비상계엄 사태를 보며 세계가 놀랐다. 이는 정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역사와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국민이, 세계가 어떻게 보겠나. 역사의 평가가 두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를 하셔야 한다. 그게 애국자로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며 “꼭 들어와서 투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추가로 투표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들이 나타나지 않자 우 의장은 결국 투표 시작 3시간 여만인 9시 20분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종료했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 192명, 국민의힘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 등 195명만 참석했다.
참석의원 수가 200석에 미치지 못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는 성립되지 못하고 탄핵안은 그대로 폐기됐다.
앞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의 경우 모두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바 있다.
민주당 등 야 6당이 공동 발의한 이번 탄핵안은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촉매제가 됐다. 이들은 탄핵안에서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채 비상계엄을 발령’한 것과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정당 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탄핵소추 사유로 꼽았다.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직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주정당이 아니다. 내란정당이자 군사반란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내란 행위와 군사반란 행위의 책임을 묻고, 모든 혼란을 이겨낼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최악의 리스크가 된 윤석열씨를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는 이 나라를 반드시 정상으로 되돌려 여러분께 선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를 그렇게 사적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된다”고 일갈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의 마음과 대통령님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 상황이 조속히 수습돼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임기 등 거취 문제를 여당에 일임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또 향후 국정 운영을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