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긴 이 시각에도 국회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밤의 냉기도 녹이는 집회 참가자들의 열기는 밤이 깊어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8일 이른 새벽 굳게 잠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은 여전히 귀가하지 않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윤석열 탄핵” 등 구호를 외치며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투표 불성립’으로 끝난 탄핵 소추안 표결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 NCT의 녹색 응원봉을 흔들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던 이유림(23)·이유미(17) 자매는 “이 사태는 당과 당의 정치 싸움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잘못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고등학생인 이유미 양은 “계엄이라는 말을 듣고 주변 친구들도 모두 충격을 많이 받았다”면서 “얼른 이 사태가 끝나고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문 인근 담벼락에는 긴 밤을 새우기 위해 자리를 깔고 누운 시민들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국회 앞을 지키기로 한 임하늘(34) 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인간답게 살라"면서 “투표는 민주주의의 상징인데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독재를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임 씨와 함께 온 조은솔(33) 씨는 “역사 앞에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몇몇 시민들은 국회 담벼락에 설치된 게시판 위 공고문을 보며 향후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게시판에는 제419회 임시회의 일정이 담긴 공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국회의원 박찬대 외 169인으로부터 헌법 제47조 제1항에 따른 국회 임시회의 집회요구가 있으므로 국회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제 419회국회(임시회) 집회를 다음과 같이 공고함'이라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 탄핵 논의가 국회에서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여의도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탄핵 시위도 잇따를 전망이다.
한편, 전날 여의도 집회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 7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수많은 시민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몰린 탓에 한때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5호선 여의도역에서 열차가 무정차로 통과했다.
또 여의도 일대의 식당들은 인파가 몰려 재료 소진으로 인해 원래 영업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