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에 이어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등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던 의사단체들이 모두 참여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정협의체에 이어 의정갈등과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공식 기구인 의료개혁특위마저 당사자 격인 의사단체들이 빠져나가면서 개혁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말로 예정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도 불투명해졌다는 해석이다.
8일 보건복지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개혁특위에 들어간 이들 세 단체는 특위 참여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각각 전달했다. 지난 3일 계엄사령부 포고령에서 전공의 등 이탈 의료인이 복귀하지 않으면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언급한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병협은 지난 5일 입장문에서 “전공의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병협에 이어 중소병협과 국립대학병원협회도 특위 참여를 일단 중단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의료개혁특위는 출범 당시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에 참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면서 의료계 대표성 논란을 지적 받은 바 있다. 그나마 병협, 중소병협, 국립대학병원협회가 참여하면서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의사단체들이 모두 빠지게 되면서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수요자 단체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의료계가 특위에서 빠진다면 과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공급자단체인 대한약사회와 대한간호협회는 특위 참여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단체들의 탈퇴로 좌초된 여야의정협의체에 이어 의료개혁특위마저 중단될 경우 의료개혁 동력이 결정적으로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하고 있는 의료개혁 2차 발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특위는 10월부터 시작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비롯해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수가(의료행위 대가) 등 보상체계 현실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의료개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나 앞으로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측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연내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혁안 논의 상황을 보면서 발표 일정을 확정해 밝히겠다”고 답했다.
의료계는 아예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7일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며 “내란 관여자의 지시로 행해지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참여·자문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비대위(전의비)도 “의대 총장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의대증원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를 바란다. 모집 중단 등 실질적 정원 감축을 긴급하게 논의하고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 모두 의대 정원 증원이 정부의 독단에 의한 것이라며 전면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젊은 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연다. 이들은 지난 4일 긴급성명에서 “안전한 교육 및 수련 여건이 보장될 때까지 2025년 의대생과 전공의 모집을 잠정 중단하고, 졸속으로 추진된 교육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전의비도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서초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의대 교수 시국 선언 대회를 진행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선 출마 이전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