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사라진 유통·관광업계…"정국 불안 장기화 땐 실적 멸망"

8일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을 통해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한 공동 담화문 발표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국면이 숨가쁘게 이어지면서 연말 송년회 분위기가 가라앉은 외식업계와 호텔업계는 모두 울상인 분위기다.


8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 특급 호텔은 연말 예정됐던 정부와 기업 관련 행사가 모조리 취소됐다. 방한한 외국 고위인사들이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으며 한 호텔에서는 외국인들이 예약한 숙박 중 10여 건을 철회했다.


치안이 최대 무기였던 관광업계는 아예 해외 손님 끌어들이는 작업을 멈췄다. 무비자 수혜를 기대했던 중국을 비롯해 각국은 한국에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상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내년 해외관광객 유치를 해야 하는데 계엄 사태로 전면 중단됐다”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되는 시간 고려하면 내년 3~4월은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홈쇼핑업계와 중소 입점업체들도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국면으로 가장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일 밤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정치 상황을 보도하는 뉴스특보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쇼핑 채널을 일단 틀어 놓아야 상품을 사든가 할텐데 계엄령 사태 이후 다들 뉴스만 시청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 입점업체의 분노가 훨씬 커서 ‘용산에 가서 때려 부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대형 백화점은 평소처럼 영업을 하면서도 정국 불안 사태가 소비를 위축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계 대목인 연말을 맞아 성탄절이나 연말연시 선물용 상품 판매, 설 선물 세트 예약판매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화점 업계는 2016년 말 겨울 세일 매출이 5년만에 역성장한 바 있다. 다만 서울 도심 시위를 피해 강남권 등으로 소비가 몰리면서 전체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기능이 약화되면서 소비 관련 각종 정책도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 속에서 버티던 식품업계는 제당이나 제분업계 위주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일반식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정부 탄핵이 이어지던 2016년말~2017년 초반에도 농심·파리바게뜨·코카콜라·오비맥주의 기습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평소에는 정부가 에둘러 가격 인상을 제한해왔지만, 탄핵 국면에서 통제력이 약해진 탓이다. 1년 가까이 공방을 벌여 가까스로 합의한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 역시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해야 하지만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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