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한국경제, 수출이 돌파구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연말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을 공언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대응하면서 자국이기주의를 기반으로 한 통상 마찰의 파고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국내 경제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3%에 머물고 내년에는 2.1%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장기화하고 있는 내수 부진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 경제 환경이 회색빛 일색인 가운데서 그나마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굳건히 하는 것은 다행이다. 지난달 우리 수출은 563억 5000만 달러로 11월 중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며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11월까지의 누적 수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늘어난 6222억 달러로 중국·미국·독일 등 주요 수출국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9월 기준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단계 높은 6위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도 2.83%로 지난해 1분기 저점을 찍은 후 우상향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3% 중 상품 및 서비스의 순수출 기여도는 2.3%포인트로 내수 부진(-0.1%포인트)을 상쇄하면서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2대 주력 품목의 수출이 이러한 성과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는 10월까지 전체 수출 증가분의 78.9%를 차지했고 연말까지 정부 목표치 1300억 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도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 수출 실적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올해 우리 수출은 역대 최고치 달성에 도전할 정도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수출의 순항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들이 내년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도 세계경제는 3%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 트럼프 새 정부의 통상 정책은 우리 수출 호조세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대(對)중국 수입 제한과 투자 통제 조치의 지속과 함께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 부과 등이 현실화할 경우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교역 질서는 큰 회오리바람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편관세·상호대응세 등 일련의 관세 조치와 자국우선주의 성향의 강화도 글로벌 교역의 걸림돌이 되면서 우리 수출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중국산 제품의 공급과잉,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의 단절화·분절화 등은 우리 수출의 원활한 흐름을 저해하고 경합도를 높이는 동시에 원가 상승 압력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내년도 세계경제와 글로벌 교역 환경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응해 우리 수출은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민관 협력 원팀 모델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녹록지 않은 환경 변수를 더욱 힘차고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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