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선수들은 억대 계약을 맺고 중하급 선수들은 계약금 없이 의류 후원만 받기도 해요. 아마 내년 시즌에는 자비로 옷을 사 입고 뛰는 선수도 있을 거예요.”
골프웨어는 여자골프 스토브리그에서 메인 스폰서 다음으로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성적과 상품성이 확실한 선수가 입은 의류는 판매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자 골퍼들의 의류 후원 계약이 ‘역대급’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게 선수 매니지먼트 업계의 전언이다. 코로나 특수를 맞았던 골프웨어 시장에 찬바람이 분 게 원인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선수 후원 계약은 ‘극과 극’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계약 기간 1~2년이 대부분인 의류 후원 계약에서 톱클래스 선수들은 연간 1억 원대의 계약금과 골프웨어를 지원받는다. 강력한 팬덤과 뛰어난 경기력을 겸비한 선수들의 눈높이는 수억 원대에 맞춰져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려 다승왕 타이틀을 따낸 배소현은 크리스에프앤씨와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내년부터 보스골프 의류를 입을 전망이다.
반면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쳤던 중하급 선수들은 계약금을 차치하고서라도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 골프복 지원만 받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 때문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최정상급 선수들은 예년 수준의 계약금에 의류 후원 계약을 맺고 있으나 올 시즌 KLPGA 투어 상금 20위권 밖 선수들은 계약금 없이 옷만 후원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요즘에는 메인 스폰서보다 의류 스폰서 구하기가 더 힘들다”고 전했다.
팬데믹 시기 2030 골퍼들의 유입으로 호황을 맞았던 골프웨어 시장은 엔데믹과 함께 2030 골퍼들이 이탈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포유·레노마·테일러메이드 등을 전개하는 한성에프아이는 지난해 영업 이익 약 48억 원으로 2022년(약 140억 원) 대비 65.71% 감소했고, 와이드앵글을 전개하는 FCG코리아는 2022년 영업 이익 약 43억 원에서 지난해는 28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불황에 톨비스트·맥케이슨·PGA투어&LPGA골프웨어 등은 내년부터 선수 후원을 중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이 팬데믹 시기에 급성장했다면 지난해부터 매출이 줄면서 브랜드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선수 후원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웨어 브랜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선수들도 이제는 계약금을 조금 낮추더라도 계속 후원이 끊이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며 “지난해에도 사업을 접는 회사들이 많았는데 내년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