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男접종 확대, 또 해넘기나…속타는 질병청

국정과제 채택되고도 차일피일
여야 공감대에 예산 증액했지만
'탄핵 정국'에 10일 통과 미지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오승현 기자


올해 정기국회 종료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남성 접종 지원의 향방을 좌우할 질병관리청의 예산안 통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에 국한됐던 HPV 백신의 지원 대상을 남녀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정책의 시행 여부가 이달 내 결정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2025년 질병청 예산 예비심사에서 HPV 백신 9가 전환 및 남아 접종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루며 관련 예산 278억9100만 원을 증액 의결한 상태다.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불리는 HPV 백신은 구인두암 등 HPV 관련 주요 질환을 90% 이상 예방하는 효과가 밝혀지며 남성 접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3개국이 남성 청소년에 대한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며 그 중 28개국이 9가 HPV 백신인 '가다실9'을 도입했다. 지난 대선 때 양당 모두 9가 HPV 백신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키고 남성 청소년을 무료접종 대상에 포함시키는 정책을 보건의료 분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OECD 국가 중 HPV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으로 채택한 국가. 사진 제공=한국MSD

사회적 공감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한부인종양학회·요로생식기감염학회·두경부외과학회 등 HPV 관련 전문가단체는 지난 7월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및 남성 불임을 비롯한 HPV 관련 질환의 예방을 위해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사이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질병청이 10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 학부모의 85%가 ‘HPV 백신의 남성 청소년 지원 확대 시 접종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HPV 백신의 남아 접종 지원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포함되고도 3년간 미이행된 배경은 번번이 예산 문제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2025년도 질병청 예산 예비심사에서 HPV 백신 9가 전환 및 남아 접종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루며 278억 9100만 원의 예산 증액을 의결했다. 이제 공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종료일(10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안정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탄핵 정국에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민생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국내와 같은 수준으로 지원하는 나라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정도로 경제 규모나 보건의료 정책 수준을 고려할 때 매우 뒤처진 상황”이라며 “HPV 백신 접종 지원 확대안은 올해 반드시 확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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