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사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7일 저녁 국회는 숨 가쁘게 돌아갔다. 오후 5시께 개회된 본회의는 탄핵안에 대해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거부로 저녁 9시 26분에야 투표 불성립으로 종료됐다.
본회의장은 7일 오후 5시 3분 개의될 때부터 여야 의원들 간 고성으로 가득 찼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내란 동조 세력” “비겁한 자들”이라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 보고가 끝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 시작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을 거부할 것이라면 지금 나가라”며 “부결의 주범은 내란의 주범”이라고 질타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며 부끄럽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건이 부결되자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안 제안 설명에서 “이 자리에 빨리 돌아오셔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고 민생 경제와 대한민국의 위기를 탈출하는 데 참여해 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말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전원 일어나 여당 의원 성명을 연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한 것은 김예지·김상욱 의원 둘 뿐이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도중 의원총회를 열었고 이를 놓고 표결 방해행위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주의 강국 대한민국에서 투표조차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 얼마나 우스운 꼴이냐”며 “각자 판단에 의해 투표소에 들어가 부결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 본청 한 회의실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가둬두고 전화기도 꺼놓은 채 못 나가도록 물리력을 행사 중이라는 제보가 있다”며 당 차원의 투표 방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탄핵이 가져올 국정 혼란을 고려해 탄핵 표결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당론”이라며 “여당 일부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고 지금도 얼마든지 간다면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자유 투표 의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책임을 묻는 우 의장과 민주당의 비정상적인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한 최고위원을 포함해 허위사실 유포자들에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 복귀 거부를 고수하자 우 의장은 오후 9시 22분 투표 종료를 선언하고 개표를 시작했다. 우 의장은 “투표 의원수가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음을 선포한다”고 했다. 무기명 투표가 도입된 19대 국회 이후 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 불성립 사례는 역대 다섯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