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발’ 변신도 성공적…21번 나가 아홉번 정상 ‘우승자판기’ 셰플러

올해 승률 42.9%로 높여
우즈 주최 히어로챌린지서 25언더
2위 김주형과 6타차…경기력 압도
새 퍼팅그립으로 나흘간 보기 2개
우즈 "흠을 찾아볼 수 없다" 감탄

9일 히어로 월드 챌린지 시상식에서 타이거 우즈(왼쪽)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손을 맞잡은 스코티 셰플러. AFP연합뉴스


올해 21개 대회에 나와 아홉 번을 우승했다. 승률로 따지면 42.9%. 한 해 4~5승만 해도 지배자 칭호를 얻는 골프판에서 스코티 셰플러(28·미국)는 그야말로 초인간이다. 2024년의 마지막도 우승으로 장식하면서 셰플러는 내년 역시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9일(한국 시간) 바하마 올버니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5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셰플러는 첫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으며 1타 차 1위로 나섰다. 전반 9홀을 마칠 때는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린 뒤였고 김주형이 1타 차 2위로 올라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셰플러가 10번 홀(파4) 6m 버디를 넣은 사이 김주형이 11번 홀(파5)에서 60㎝ 파 퍼트를 놓치고 보기를 범하면서 3타 차로 벌어졌고 홀이 쌓이는 동안 격차는 계속 더 벌어졌다. 셰플러가 후반 버디 5개 등 이날 버디만 9개로 63타를 쳤기 때문이다.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의 셰플러는 19언더파 2위 김주형을 6타 차로 넉넉히 제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4억 3000만 원).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시즌에 이미 833억 원을 벌어 들인 셰플러다. 3라운드 선두였던 토머스는 막판 보기 2개 등으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8언더파 3위로 마감했다. 임성재는 8언더파 공동 9위다.


올해의 셰플러는 ‘우승 자판기’ 같다. 동전을 넣으면 누를 수 있는 버튼 중 대부분이 우승인 마법의 자판기다. 이번에 넣은 동전은 ‘집게발’ 퍼팅 그립. 셰플러는 오른손을 말아 쥐는 대신 퍼터 샤프트에 살포시 얹는 형태인 집게발 그립을 이번 대회에 처음 시도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4.5m 안쪽 퍼트 때만 이 그립법으로 쳤는데 나흘 간 보기를 2개로 막았다. 전체 20명 가운데 최소 보기 1위. 퍼트로 이득 본 타수도 전체 3위다.





지난 시즌의 셰플러는 ‘다 잘하는데 퍼트만 좀 못하는 선수’였다. 퍼트로 이득 본 타수 부문 162위였다. 하지만 퍼팅 코치 필 케니언을 만난 뒤 달라졌고 이번에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한 모습이다.


올해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투어 챔피언십 등 정규 시즌 7승(준우승은 두 번)과 파리 올림픽 금메달, 이번 특급 이벤트 우승까지 셰플러는 한 해 9승을 완성했다. 2000년의 타이거 우즈(미국), 2004년의 비제이 싱(피지)과 타이다. 다만 우즈의 9승은 전부 PGA 투어 정규 대회(메이저 3승 포함)에서 거둔 것이다. 승률 42.9%는 최근 40년간 3위. 1·2위 기록(47.4%, 45.5%)은 모두 우즈가 갖고 있다. 셰플러는 또 1년 내내 세계 랭킹 1위를 지켜 2009년 우즈 이후 15년 만의 진기록을 썼다. 82주 연속 세계 1위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PGA 투어 정규 대회는 아니지만 세계 랭킹 포인트에 반영된다. 준우승한 김주형은 세계 27위에서 21위로 올라갔다.


김주형은 셰플러에 대해 “이미 최고인데도 더 나아지려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한 점”이라며 “그렇게 많이 우승했는데도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으려 한다”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셰플러에게 ‘호랑이 트로피’를 건넨 대회 호스트 우즈도 앞서 중계 부스에서 “정말이지 흠을 찾아볼 수 없다”며 감탄했다.


이미 5타 차로 마지막 홀에 들어선 셰플러는 핀까지 173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마저 딱 붙여 버디로 마무리했다. 셰플러는 “내용과 결과 모두 좋았다. 매우 만족스럽다”면서도 “비시즌에 더 열심히 해서 준비된 모습으로 새 시즌에 돌아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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