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교수들이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도량발호(41.4%)가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들이 자신이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이 사자성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 설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도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삐뚤어진 권력자는 권력의 취기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최악의 사례가 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며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 그 권력을 다시 회수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많은 권력자는 권력의 취기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2위는 ‘후안무치(28.3%)’가 차지했다.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가 추천했다. 김 교수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 적극적 가치를 구하기는 어렵다”며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사회적 질서를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3위에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가 올랐다. 석서위려를 추천한 이형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온 나라가 자신이 똑똑하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지도자들 때문에 끊임없는 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는 안타까움과 좌절감이 배어 있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