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벌어질 글로벌 무역 전쟁의 여파로 유로존의 기준금리가 ‘비상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경우 유로존 경제의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인 2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앤드루 볼스는 트럼프가 강조하는 관세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적인 무역 전쟁이 여러 차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무역 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간다면 유로존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화 등 유로존 자산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해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수출 업체들의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유로화는 9월 말 이후 5% 이상 내린 유로당 1.06달러를 기록 중이다. 특히 트레이더들은 내년 말까지 ECB의 예금금리가 현재 3.25% 수준에서 1.75%까지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
볼스의 전망은 이보다도 과격하다. 그는 “(무역 전쟁으로) 예상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와 ECB가 긴급하게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면 예금금리 역시 (시장 전망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유로화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금리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내년 말까지 4% 수준을 하한선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더 내릴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미국 국채에 비해 영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고도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내각 불신임 등 일련의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는 프랑스 국채 시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프랑스 위기가 또 다른 유로존으로 ‘전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구조적 문제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ECB는 이달 12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현재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3.4%, 예금금리는 3.25%다. ECB가 핵심 정책금리인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3% 선까지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0.5%포인트의 빅컷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FT는 금리 인하가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유로존의 차입 비용은 2023년 3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