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위기라는 초비상 사태에 직면했음에도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혀 새 원내 사령탑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12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합의 추대냐 선거냐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의를 표명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안 결의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9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추 원내대표의 사퇴 의사를 수용하고 신임 원내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기 위한 공고 절차를 오늘 시작했다”고 밝혔다. 의원총회에 앞서 여당 중진 의원들이 추 원내대표의 복귀를 요청했지만 추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고수하면서 원내 사령탑 교체가 결정됐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 따라 이날 바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공고를 하고 10일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은 후 12일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장시간 논의에도 원내대표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해 새 원내 사령탑을 정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 소수인 탓에 ‘표 대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친한계는 합의 추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수인 친윤계는 복수 입후보와 그에 따른 선거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출마 후보군으로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4선의 김도읍 의원과 3선의 김성원 의원 등이 일단 거론된다. 5선에서는 나경원 의원과 친윤계인 권영세·윤상현 의원이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원총회에서는 원내대표를 역임한 권성동·김기현·윤재옥 의원 등의 재등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친윤계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권 의원이 재출마해야 한다는 데 일부 의견 일치를 이뤘고 표 대결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한계가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에게 계엄 해제 요구안 결의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한 여파가 새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는 ‘간판 교체’를 내세워 친윤계 원내 사령탑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친윤계는 친한계를 대변하는 원내대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공산이 큰 탓이다.
한편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여당 의원들의 국회 도착을 늦춰서 계엄 해제 요구안의 결의를 방해했다는 사유를 담아 추 원내대표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