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44조 증발에 환율 2.4% 급등…물가 치솟고 내수 곤두박질

[탄핵정국 대혼란]
◆ 계엄후 나흘간 경제 초토화
환율 현추세 지속시 물가 0.1%P↑
대외 신인도 악화에 증시도 급락
野 확장재정 가시화땐 금리 상승
소비자·기업 심리 동반위축 우려

하나은행 직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불발에 따른 정국 혼란이 경제에 전방위로 피해를 주고 있다. 증시 폭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1차 효과를 넘어 내수 위축과 물가 급등, 대출금리 상승까지 연쇄 효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투입하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대외 신인도 추락 같은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한국 경제가 대신 치르는 정치 위기의 대가가 너무나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주간 마감(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1437.0원)은 비상계엄 사태 전인 3일(1402.9원)에 비해 2.4%나 급등했다.


고환율은 수출 업체에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외국인투자가 이탈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을 불러온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1년에 걸쳐 소비자물가를 0.02~0.03%포인트 끌어올린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2년 공개한 통화 신용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율은 0.06%포인트에 달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0원, 높게는 1500원 선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더 증폭될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0.1%포인트 확대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엎친 데 덮친 꼴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1.5% 오르며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수입물가에서 부정적인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에 전월보다 2.2% 올라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석유류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09.18원으로 전일보다 6.04원 올랐다.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면 석유류 가격이 바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원화 약세에 따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합산 시총은 2246조 원으로 계엄 전인 3일(2391조 원)과 비교해 145조 원 급감했다. 이날 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즉시 가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신호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증시 약세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고채 금리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최종 호가 수익률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0.041%포인트 하락한 연 2.579%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은 오전에 2.633%을 나타냈지만 오후에는 내림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3일 장 마감(2.585%) 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날 정부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통해 “필요 시 국고채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과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을 즉시 시행하겠다”고 언급하며 채권시장 달래기에 나선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앞으로 국고채 금리 추가 상승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확장 재정이나 추경으로 국고채 발행량이 증가하면 국고채 금리는 상승(국채 가격 하락)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으로 민간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위원은 “장기물의 경우 채권시장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탄핵과 함께 정권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 초 확장재정에 대한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소비자·기업 심리가 함께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경제주체들의 경기 심리는 바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경제심리지수는 지난달 기준 93.8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2016년 12월(97.2)보다도 낮은 수치다.


정부가 치러야 하는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한은이 2주 동안 누적 기준 환매조건부채권(RP) 151조 원을 매입하기로 한 것이나 채권시장안정펀드 같은 지원책을 가동하는 데 따른 비용도 크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치 관련 사안이 빨리 진정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와 같은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외국인투자가도 국내 자본시장 투자를 꺼릴 것이고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주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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