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남부순환로를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면 서초 인터체인지 근처에 17층 높이의 한전아트센터가 우뚝 서 있다. 이곳에는 지상과 지하에 변전소가 하나씩 있다. 345㎸ 허브 변전소인 신양재변전소와 154㎸ 양지변전소다. 신양재변전소는 양지변전소를 포함해 서울 강남 일대 9개의 2차 변전소에서 전기를 받을 수 있게 전압을 낮추는 중간 시설이다. 양지변전소는 LG전자 서초 연구개발(R&D)캠퍼스와 국제전자센터, 주변 아파트 등에 직접 전력을 공급한다.
변전소가 두 개나 위치한 한전아트센터에는 한국전력의 사무 공간과 공연장, 주민 편의 시설 등이 입주해 있다. 건물 11층에는 사장 집무실이 마련돼 있고 15·16층에는 각각 한전 해외원전개발처와 경영연구원 등이 위치해 있다. 한전 강남전력지사도 이곳에 있다. 한전 직원들의 경우 사실상 변전소에서 일하는 셈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전자파나 소음 등의 문제는 전혀 없다”며 “일각에서 변전소를 기피 시설로 낙인 찍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연장과 갤러리·스포츠클럽은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게 개방돼 있다. 한전 웨딩프라자와 구내식당 및 전기박물관도 위치해 있다. 이달 초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창작 뮤지컬 ‘블러디 러브’의 공연 준비 인력과 최영미 작가의 개인전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보기 위해 방문한 주민들이 많았다. 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던 한 모녀는 “가끔 와서 머리를 식힌다”며 “어떤 건물이 변전소인지 모를 정도로 지역사회에 잘 녹아 있다”고 말했다. 수영 강습을 받으러온 한동윤 군은 “길 건너 아파트에 산다”며 “벌써 6년째 배우고 있는데 집 가까이에 있어서 만족한다. 앞으로도 계속 한전아트센터를 이용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