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라는 정치적 자해극을 벌인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아예 잡지 않으며 칩거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정상 출근해 비상대기 상태를 이어가고 있지만 역시 어떤 메시지도 내지 않으며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진행하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윤 대통령이 청사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관련 일정은 모두 진행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사태 나흘 만인 7일 대통령실에서 2분짜리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지막으로 메시지나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대국민 담화 직후 한남동 관저로 돌아가 국회의 탄핵 표결 상황을 포함해 외부 소식을 TV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진석 비서실장 이하 참모진은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서실장 산하 비서관급 참모진까지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비상시국인 만큼 업무는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정 실장 주재로 비서관 회의는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국회 예산안 처리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탄핵소추안 재발의 등 현안들에 어떤 입장이나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윤 대통령이 7일 비상계엄 해지를 선포한 대국민 담화와 사진만 최근 게시물로 올라와 있다. 정국 혼란을 더는 부추기지 않기 위해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것도 배경이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동 국정운영을 하는 데 대한 위헌 논란이나 업무 수행의 한계 등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대처 방안이 주목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법무부의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 금지 및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대한 강제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간접적 모습도 포착된다.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들은 그간 보안 문제로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했지만 탈퇴하거나 휴대폰 등을 바꾸면서 기존 계정 상태가 달라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텔레그램 외에도 메신저앱 시그널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