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동안 병원을 3000번 넘게 찾아서는마약성 진통제인 ‘트라마돌’을 2249번이나 맞는 등 과다한 외래진료 이용이 통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같은 ‘의료쇼핑’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국회·의료계와 협력 하에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정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운영실장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과다이용 실태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외래 과다이용 현황’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환자 1인당 외래방문 횟수가 2022년 기준 17.5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8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이 여러 기관을 다니며 동일한 치료를 중복·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주로 근골격계 치료를 위한 물리치료·신경차단술·진통제 투여·컴퓨터단층촬영(CT) 과다 등”이라고 전했다. 연간 내원 횟수가 150~365회인 외래진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중 물리치료 이용 비율은 91%에 달했고 신경차단술 비율도 50%를 차지했다. CT의 경우 2022년 환자 수가 746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1% 늘었다. 1인당 평균 CT 촬영량도 2018년 1.6회에서 2022년 1.9회로 늘어났다.
개별 환자들의 의료쇼핑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50대 남성 한 명은 연간 병원을 3009회나 찾아서 트리마돌을 2249번이나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평균 6번 꼴로 주사를 맞았으며 많을 때는 11회나 투여받았다. 한 70대 여성은 등 통증과 신경통 등으로 연간 292일 동안 병원을 1216회나 찾아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등 통증과 척추협착증을 호소하던 70대 남성은 238일 동안 신경차단술을 670번 받았다. 병원에 296일간 입원하며 CT 촬영을 130회나 실시한 50대 남성도 있었다. 박 실장은 “의료의 오남용으로 부작용, 과다한 방사선 피폭 등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는 의료과다이용 원인과 앞으로 해야 할 대안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탓에 고비용 치료중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악순환 구조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차 교수는 “앞으로 진료단계에서부터 의료기관 간 실시간 진료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의료를 과다하게 이용할 경우 위해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과잉의료 양상을 두고 요양기관 주도로 벌어지는 것도 적지 않으나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경유하는 ‘의료쇼핑’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심평원의 심사 방향성을 ‘사후 요양기관 청구 심사’ 중심에서 사전에 과잉의료를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로 강화해야 한다고 차 교수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