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공수처 경쟁에 혼선 고조…"합수본 꾸려 빠른 수사가 합리적"

■계엄수사 3각경쟁 고조
공수처, 검경에 13일까지 사건 이첩 요구
세 기관 수사권 둘러싼 경쟁에 혼선만 커져
전문가 "합동수사본부 꾸리는 것이 합리적"
법원행정처장도 "비정상적 상황 안타까워"

오동운(왼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천대엽(오른쪽) 법원행정처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검찰·경찰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뒤늦게 참전하면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미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을 거부한 가운데 검찰과 공수처 간의 수사권 조율이 향후 수사 향방의 변수로 떠올랐다. 다만 검찰이 이미 압수수색 등을 통한 초동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한 만큼 공수처에 수사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9일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 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계엄 수사를 둘러싼 3곳의 수사 주체들의 혼선이 길어질 경우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과 경찰·공수처 간 수사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수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수처는 전날 검찰과 경찰에 13일까지 계엄 사태 관련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청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공수처는 독립 수사기관으로서 인력 전원을 투입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첩 요구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수처가 이첩 근거로 삼은 ‘수사의 진행 정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검경이 한발 앞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법상 이첩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이 거부해도 별다른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다. 공수처의 고질적인 인력난과 부족한 수사력 역시 약점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국수본이 내란죄의 수사 주체”라며 이첩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수처와 사건 이첩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차장은 “만약 이첩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공수처는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다만 이첩 불응에 따른 검경에 대한 직무유기 등의 법적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 수사기관의 주도권 다툼 양상이 지속되면 수사 효율성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수사 중복으로 인권 침해 문제도 발생한다”며 “경찰은 ‘셀프 수사 논란’, 검찰은 ‘내란죄에 대한 명시적 관할권 부재’, 공수처는 ‘수사 능력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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