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러시아 파병 상황에서 북한도 남한과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10일 오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소추안 발의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남 비난 기사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달 초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을 비난한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도 대조적이다. 북한은 당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활용해 남한 여론 동향과 촛불집회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북한은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평양 무인기 침투와 오물풍선 살포지점 원점 타격 지시를 내렸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월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했다며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라고 주장했는데, 자신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줄 보도들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불필요하게 남한을 자극하지 않고 돌발 상황을 최대한 막겠다는 상황관리 의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상황에서 굳이 남측과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 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10월 7일 김정은 국방종합대학 연설)라고 말하는 등 남북 ‘두 국가론’ 선언 후 의도적으로 남한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상황을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부 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체제 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평양 무인기 사건이 우리 군의 침투라는 증거가 확산하면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계엄, 탄핵 여론과 함께 대남비난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