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습할 방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2~3월 퇴진을 통한 4~5월 조기 대선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은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안을 반대할 명분을 마련하는 동시에 여당을 향한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의 ‘조기 하야’를 전제로 한 퇴진 방식이 현실화될지 미지수인 데다 “무조건 탄핵”을 외치는 야당과의 협상이 이뤄질지도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14일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 2차 표결에 참여 의사를 표명한 여당 의원들이 늘면서 탄핵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한동훈 대표가 주창한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국정안정 테스크포스(TF)는 10일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을 두고 의원총회에서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2~3월 하야 후 4~5월 대선' 방안에 당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양수 정국안정화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기 퇴진이) 탄핵보다 빠르고 명확한 시점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다양한 견해를 지도부에서 듣고 향후 대응 방안과 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TF가 내놓은 퇴진 방식은 윤 대통령의 ‘하야’에 방점이 찍혔다.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보다 빠른 조기 대선으로 국론 분열을 막고 정국 혼란을 조속히 수습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은 “계엄한 대통령을 직에서 내려오게 하는 효과는 탄핵이나 질서 있는 퇴진이나 마찬가지”라며 “탄핵을 하게 되면 나라가 양분돼 대외 신용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엉망이 된다. 국가적 혼란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 역시 탄핵의 경우 헌법재판소 심리 등 최장 8개월이 걸릴 수 있는 반면 여당 방안이라면 이르면 내년 4월 소위 ‘벚꽃 대선’을 치를 수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윤 대통령이 하야 요구를 받아들일지부터 불분명하다. 윤 대통령이 앞서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내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만큼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쉽사리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대표 역시 의총에서 대통령이 하야를 합의하더라도 나중에 무시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며 대통령의 ‘호의’에 기대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을 설득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야당이 (로드맵을) 수용 안해도 무효가 되고, 대통령실과 협의 과정에서도 변동이 있을 수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며 “민주당이 탄핵안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게 오는 14일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에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사태의 연대 책임자인 국민의힘은 로드맵 타령하지 말고 반성문부터 쓰라”고 일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중대 범죄자를 그때까지 대통령 지위에 놓아두겠다는 걸 국민이 동의할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14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애써 마련한 퇴진 로드맵도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1차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이어 “다음 탄핵 표결에는 찬성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김 의원은 탄핵을 찬성하는 당내 의원들의 숫자가 탄핵안 가결 요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경태·배현진 의원도 2차 탄핵 표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임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사실상 탄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여당이 1차 표결 당시 전원 표결 불참 방침에서 벗어나 ‘자율 투표’로 가닥을 세운 만큼 이탈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민주당도 여당 의원들의 추가 이탈을 독려하고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조경태·안철수·배현진·김예지·김상욱 의원의 용기 있는 결단을 환영한다. 더 많은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뇌하고 계실 것이다. 용기를 내어 국민 편에 서주실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