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첫 국무회의 개최에도…총리 권한 한계에 '대통령 그림자'

■韓·韓 투톱체제 논란 지속
총리 주재…21건 심의·의결에도
법률안 재가 권한 여전히 尹에
조약체결 등 외교 결정도 불가능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종료 후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성형주 기자

계엄 사태 이후 첫 정례 국무회의가 1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렸다. 국무회의 소집과 법률안 등 심의·의결 사항에 대한 재가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사태로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지만 행정부 수반을 배제하면 어떤 나랏일도 처리할 수 없는 구조여서 칩거 중인 대통령이 영향력은 행사하는 모호한 국정 운영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률안과 대통령령(시행령)안 각각 21건을 심의·의결했다. 3일 비상계엄 발령과 해제를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제외하고 정기 국무회의 개최는 이번이 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헌법에 따라 국가의 주요 의사 결정은 반드시 국무회의에서 심의해야 한다. 계엄 사태에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 기능을 유지하려면 국무회의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 문제는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윤 대통령 없이는 국무회의 개최나 사후 처리 모두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총리실은 헌법 86조 2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를 근거로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은 국무회의 소집 주체를 대통령으로 명시했고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시행령안 재가는 대통령 외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당과 정부에 국정을 맡기더라도 완전히 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국무회의 시작과 끝에는 윤 대통령이 반드시 자리해야 한다. 결국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 총리의 ‘한·한 투톱 체제’는 논란을 계속 야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의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틀 내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국가원수가 대통령이라는 것은 다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경우라도 윤 대통령을 빼놓고 ‘조약의 체결·비준’이나 ‘외교 사절의 신임·접수·파견’ 등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한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엄중한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국정에 한 치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겠다”며 모든 공직자에게 소임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한 총리는 또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군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언제든지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종료 후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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