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발등의 불'…연금도 긴급동원

◆정부, 국민연금 해외자산 환헤지비율 상향 추진
5% 적용 땐 109억弗 공급효과
한은과 외환스와프 확대도 검토
"임시방편…투자자 유인책 필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환율과 증시 방어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순대외 금융자산이 1조 달러에 육박하고 개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도 급격하게 늘어난 만큼 해외투자 자금 복귀를 포함한 환율 안정 로드맵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의 자체 환헤지 비율을 최대 한도인 5%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해외투자 자산이 4855억 달러에 달한다. 기금운용본부는 9월 말 기준 해외 자산의 2.75%만 환헤지를 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5%까지 높이면 최대 109억 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효과가 생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외환시장은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시장 안정 조치를 총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며 “주식시장의 경우 기관투자가 매수가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만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책임 있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규모를 근본적으로 확대해 외화 자금 유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이 특정 수준을 돌파할 경우 자체적으로 가능한 수준(5%)을 넘어 최대 10%까지 환헤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 시장에서는 발동 조건을 1400원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2022년 11월 기획재정부 요청으로 도입됐는데 아직까지 적용된 적은 없다. 환헤지 수준 추가 상승 시 시장에 공급되는 외환 자금은 486억 달러로 추산된다.


올해 말 종료되는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거래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한도는 500억 달러로 기간 연장과 함께 거래액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략적 환헤지와 외환스와프는 실제 실행과 별개로 제도 시행 자체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기금 동원이 구조적인 환율 안정 대책은 아닌 만큼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화 당국 안팎에서는 해외 증권 투자 잔액 9969억 달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유인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엔화가 강세였는데 이는 민간에서 해외에 투자했던 상품을 회수해서 그런 것”이라며 “우리도 순채권국인데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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