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공모주 청약에 대거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제시했던 희망 가격 범위(밴드) 대비 공모가가 새내기주 급락과 계엄령 파동 등으로 대폭 낮게 책정되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용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가 전날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약 1313대1로 집계됐다. 청약 건수는 6만 1357건, 주문액의 절반을 미리 납입하는 청약 증거금은 약 1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온코크로스와 함께 청약을 마감한 신약 연구개발 기업 온코닉테라퓨틱스도 92대1로 청약을 마감했다. 앞서 지난 6일 MNC솔루션이 일반 청약에서 2.4대1의 경쟁률로 겨우 미달을 피했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흥행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온코크로스의 시가총액(866억 원, 공모가 기준)에 비해 온코닉테라퓨틱스(1405억 원)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동시 청약 과정에서 수급 약화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두 기업은 오는 18일과 19일 코스닥 시장에 각각 상장할 예정인데, 수요예측 결과에서 밴드 하단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공모가가 결정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온코크로스의 최종 공모가는 최초 증권신고서에서 제시됐던 밴드 1만 100~1만 2300원보다 약 27.7% 낮은 7300원에 그쳤다. 온코닉테라퓨틱스도 공모가(1만 3000원)가 밴드(1만 6000~1만 8000원) 하단 보다 약 18.8% 낮다. 당초 이들 기업이 제시한 기업가치보다 훨씬 할인된 수준의 공모가라는 의미다.
시가총액이 1000원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인 점도 공모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달 20일 상장한 위츠는 공모가를 밴드 상단인 6400원으로 결정됐지만 새내기주 주가 급락 사슬을 끊고 상장일 130% 상승 마감했다. 여기에는 위츠의 시가총액이 794억 원(공모가 기준)에 불과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오는 1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벡트가 일반 청약서 117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시가총액이 535억 원으로 작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온코크로스와 온코닉테라퓨틱스 모두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일정 기간 동안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것) 물량이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이 상장 당일 보유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 수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주가 급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올 기업공개(IPO) 시장은 이제 3종목의 청약만을 남겨두고 있다. 듀켐바이오(11~12일), 쓰리에이로직스(13일, 16일), 파인메딕스(16~17일) 등이 일반 청약을 거쳐 연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당초 연내 상장을 계획했던 데이원컴퍼니, 모티브링크, 삼양엔씨켐 등은 증시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내년 1월 이후로 상장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