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미래 사업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대거 발탁했다. 신규 임원 10명 중 4명은 40대로 세대교체에 무게 실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로 새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다. 내년 임기를 시작하는 장재훈 부회장은 그룹 신사업을 총괄하는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하는 등 역할이 커졌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73명, 기아 43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39명의 임원이 전날 승진했다. 이번 인사 규모는 역대 최대인 지난해 인사(252명)에는 못 미치지만 시점은 열흘(지난해 12월 20일) 정도 빨랐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성과와 역량을 검증한 인재를 발탁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올해 새로 선임한 전체 임원 중 40대 비중은 41%다. 2020년(21%)과 비교해 2배가량 늘었고 사상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한 지난해(38%)보다도 발탁 비중을 높였다. 특히 기술 부문에서 신규 승진한 40대 임원 비중은 64%에 달한다. 기본 성능 및 제어 등 차량 개발 분야뿐 아니라 로보틱스·전동화·수소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우수 인재를 고루 발탁한 결과다.
미래 사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핵심 리더 확보에도 힘을 썼다. 현대차그룹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중량감 있는 리더 53명을 대상으로 부사장·전무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지연되는 전동화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혁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로 배터리·수소 등 에너지 영역 전반의 기술 개발을 이끄는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전무와 내연기관과 전동화 시스템을 망라한 구동계 핵심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한동희 전동화시험센터장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주시현 로보틱스지능 소프트웨어(SW) 팀장, 곽무신 전동화프로젝트실장, 한국일 수소연료전지설계2실장은 모두 상무로 승진했다.
여성 임원 11명에 대한 승진도 단행했다.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4명)에 비해 약 3배 확대한 것으로 브랜드와 정보기술(IT), 신사업·전략 등 고객 가치 혁신 관련 분야에서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더 짙어진 성과주의 기조다. 우수한 성과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업계 최고의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기조 아래 이승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구자용 기업활동(IR)담당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태훈 기아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전무도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한 공로로 부사장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을 기획조정본부로 개편했다. 업무의 키는 장재훈 부회장이 맡는다. 장 부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통해 완성차 상품 기획,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 관리 등을 총괄하게 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미래 신사업 육성 및 투자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장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수소 사업도 이끌게 된다. 조직 개편으로 기존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에서 수소담당 조직을 분리해 장 부회장 직속으로 두기로 하면서다. 상용 부문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가 맡는다. 올해 6월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오른 장 부회장은 그룹의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주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내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한 결과”라며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과감한 발탁과 육성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