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선전 매체에 한국의 계엄 사태 소식을 처음 전하며 “윤석열 괴뢰가 파쑈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내댔다”고 조롱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계엄 관련 현안 질의에서는 군사기밀이 무더기로 노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한국에서 벌어진 계엄 발령과 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과 촛불 시위를 상세히 보도했다.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6면에도 같은 내용이 21장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사태 8일 만으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북한은 계엄 사태에 대해 “심각한 통치·탄핵 위기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여러 대의 직승기(헬리콥터)와 륙군특수전사령부를 비롯한 완전무장한 계엄군을 내몰아 국회를 봉쇄했지만 긴급 소집된 본회의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했다. 또 야당의 탄핵 추진과 무효화를 언급한 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00만 명의 군중이 국회 청사 포위 행진을 단행했다”면서 촛불집회와 시위 소식도 다뤘다.
‘한국 사회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윤석열의 정치적 생명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예상과 평가도 소개됐다. 다만 북한은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과 국회 직원·시민이 계엄군을 가로막는 사진과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군에 반발하는 시민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는 계엄 당시 상황을 증언하다 합동참모본부 내부 보안시설(일명 B2 벙커) 구조가 드러났다. 특히 지하 3층 전투통제실 내부에 마련된 ‘보안시설 안의 보안시설’ 결심지원실의 존재도 알려졌다. 이곳은 군 수뇌부가 전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회의 장소로 소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 또 국군정보사령부의 특수 임무 조직 100여단도 노출됐다. 한 예비역 장성은 “작전을 지휘하는 기밀시설을 공개하는 것은 안보 손실”이라며 “군 지휘관들도 보안 사안 노출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