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공헌은 가족기업 소명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우리나라 가족기업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극히 일부이지만 가족기업 내부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매우 비중이 큰 가족기업을 둘러싼 외부 갈등의 표출이다. 전자는 승계가 가족기업 내부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갈등이 표면화돼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다. 후자는 상속세 완화 개정 법률이 입법예고될 때마다 사회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기술의 대물림이라는 긍정적인 인식 사이에서 겪는 사회 갈등이다.


가족기업은 대개 창업주의 혈연을 중심으로 경영권이 승계된다. 전문경영인을 적절한 승계 대상으로 여기는 가족기업이 거의 없다. 문제는 혈연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한 가족기업의 대표가 경영능력이 있는 전문가로 검증받지 못해 경쟁 체제에서 대응력이 떨어지면 성과가 낮아지고 회사가 부실해진다는 점이다. 또 경영능력이 있어 회사를 키울 역량이 있더라도 이웃이나 주위를 돌보는 나눔과 베품이 없다면 회사의 평판이 나빠져 결국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다.


우리나라는 가업 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 가족기업은 국민이 공감할 분위기를 형성할 책임이 있다. 가족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할수록 사업을 펼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어 장수 기업으로 성장할 여건이 조성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강해 정부 정책이 자칫 기업 봐주기로 비춰지고 정책을 호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가족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으려면 조세 부담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고용을 촉진해야 한다. 이는 기업 존립의 기본이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높은 수준의 기업 윤리 준수와 사회공헌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 사회가 기업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킴으로써 기업 존립의 당위성과 가업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라는 뜻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인 가족기업에도 응당 적용된다. 가족기업 경영자는 스스로도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으로 자부심을 지니지만 고귀하게 행동해야 하는 명제 앞에서는 망설인다. 이는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의무를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면 사회가 낙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는 무수히 많고 지금도 존경하는 마음으로 회자된다. 신념으로 나눔을 실천할수록 사회는 부드러워진다. 가업이 ‘세상으로부터 빚지고 있다’는 윤리적 부채감을 스스로 인식해 나눔을 조금이나마 더 키우려는 실천은 성숙한 사회를 만든다. 자신이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는 이상으로 사회에 책임이나 의무를 다하면 따뜻하고 온화한 사회가 돼 그 온기가 점점 퍼질 것이다.


명문 기업은 공공의 선(善), 공익을 우선하는 기업이다. 공익을 우선하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나눔과 배려가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물들일 것이다. 사회에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빼고 행복은 곱하고 사랑은 나누는 가족기업 경영자가 늘어날수록 가족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덕목을 일상화하는 습관이 배어나는 실천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우는 자를 붙들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가족기업의 아름다운 동행, 나눔의 일상화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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