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여당 의원들이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거듭 입장을 선회하다 며칠 간 침묵을 이어오던 한 대표가 이번엔 ‘표결 참석’을 여당 의원들에 요구하는 등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1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다음 표결 때는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당 의원들에게 밝혔다. 이날 기준 여당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김재섭 의원 등 5명이다. 여기에 찬반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알린 의원이 10명 안팎까지 늘어난 가운데 한 대표의 발언으로 추가 이탈표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5일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6일에는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탄핵 찬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7일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조기퇴진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최선의 방식을 논의하겠다”면서 탄핵 찬성에서 한 발 물러난 듯한 입장을 취했다.
결국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탄핵안이 폐기되자 한 대표는 다음 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하야를 거절하면서 사실상 자진 사퇴 설득에 실패하자 한 대표는 나흘째 침묵을 이어왔다.
한 대표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여당 내에서도 표결에 참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한 대표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주변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표가 여당 의원들에게 표결 참석을 촉구한다고 해서 곧 탄핵안 가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한 대표 입장은 원래 표결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찬성 여부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도 “탄핵 표결을 당론으로 막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 열차’는 출발했다. 결코 멈출 수 없다”며 여당의 동참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탄핵안을 재발의하려다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나오자 이를 반영하려 12일 발의하기로 했다. 표결은 예정대로 14일 오후 5시에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