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4차 대국민 담화에 뚜껑 열린 시민들…"계엄이 장난이냐"

로스쿨생들 "누가 봐도 내란…檢 출신 안 믿겨"
시민들 "담화 4번째, 볼 때마다 힘 빠진다" 분노
"국민 위해서 아니라 국민 맞서 싸운다는 것 아니냐"
"대통령 아니라 극우 유튜버 방송 본 느낌" 비판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한 가운데 시민들은 “어떤 이유로도 비상계엄 선포는 납득할 수 없다”며 대부분 윤 대통령의 담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뉴스로 대국민 담화를 접한 서울 소재 로스쿨 3학년생 이 모(27)씨는 “'거대 야당이 위헌적 조치를 반복했지만, 본인이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말을 듣고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면서 “비상 계엄 선포 후 해제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지킨 것은 야당인데, 되레 본인이 합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너무 어이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경·공수처 간 수사권도 분산되면서 증거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고 벌어질 일들이 눈앞에 훤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로스쿨생 A(25)씨도 “(계엄이) 통치행위니까 건들지 말라는 입장은 결국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뉴스를 볼 때마다 계엄이 장기화했을 가능성도 있었음을 깨닫고 진심으로 무섭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민 김 모(31)씨 역시 “(대통령의 행동은) 때려 죽여도 헌법위반에 법률 위반”이라고 분노하면서 “대국민담화라고 해서 드디어 하야를 발표하나 했는데,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만 한 번 더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엄 취지를 해명한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결정 이유를 백번 양보해서 인정한다고 해도, 야당의 문제에 대해 계엄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느 나라 사고방식이냐”며 의문을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담화 시청하는 공무원과 기자들.연합뉴스

서울 시민 이 모(34·회사원)씨도 “담화를 볼 때마다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면서 “대단한 철학이 담기지도, 납득할 만한 계엄의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고 핑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수준 이하의 담화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저 '나 억울해요'라는 요지가 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X(옛 트위터)에서는 윤 대통령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발언을 캡처한 뒤 “다르게 읽힌다”고 평가한 한 네티즌의 메시지가 2만 건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 A씨도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에 맞서 싸운다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껏 나온 모든 담화 내용이 그렇게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12일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조국 지지 피켓을 들고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령기자

전체 ‘국민’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지지 세력만을 겨냥한 담화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지지 피켓을 들고 서울 대법원 앞에 서 있던 한 60대 남성 B씨는 “얼토당토 않은 내용만 반복해 국민들은 수긍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자신들의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오늘도 당연히 국회의사당 앞 촛불집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SNS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지금 중국, 간첩, 북한, 해킹 등 극우 보수가 격렬히 반응하는 키워드만 줄줄이 내뱉었다. 이들을 향해 호소한 똑똑한 전략”이라고 지적한 글은 약 1시간 만에 1만 6000회 이상 공유됐다.


한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대국민 담화는 이번이 네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4일 새벽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7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했으며, 그로부터 닷새 만인 이날 재차 담화를 발표해 대통령직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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