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소상공인은 물론 중소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국 불확실성으로 인한 심리적 소비 위축 여파에 더해 실제 수출 기업들의 계약이 파기되는 등 국내 기업 경제 흐름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빠른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와 함께 세제 완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경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12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일반 소상공인 총 1630명을 대상으로 이달 10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 경기 전망 긴급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응답자의 44.5%가 100만~300만 원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고 답했다. 300만~500만 원은 29.1%, 500만~1000만 원 14.9%, 1000만 원~2000만 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1%, 2000만 원 이상도 5.4%로 조사됐다.
사업체 방문 고객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비상계엄 직전 대비 50% 이상의 방문객 감소는 37.7%, 30~50% 감소는 25.3% 등 전체 응답자의 89.2%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외식업뿐 아니라 모임을 위한 의류 및 화장품, 연말연시 주고받을 선물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여기에 여행을 자제하면서 숙박업 역시 피해를 받는 등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소상공인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며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소상공인이 송년 특수 실종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매출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서울 광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송년회를 하기에 시국이 어수선하다’며 고객들이 연말 예약을 순차적으로 취소하고 있다”며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도 많아 예약을 취소하지 않더라도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여파로 소상공인들의 90.1%가 연말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매우 부정적’은 61.9%, ‘다소 부정적’은 28.2%로 조사됐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실질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특히 대외 신용도의 급격한 추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에서 승강기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B 대표는 최근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1년간 공들여온 베트남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최근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현지 업체로부터 다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B 대표는 “내부적 절차는 다 마친 상태로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됐다”며 “해당 업체에서 한국 상황 변화를 보고 다시 진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유아용품 제작·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도 최근 해외 바이어로부터 계약 연기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만난 인도 바이어는 본사를 직접 찾아 이달 말 제품을 홍보할 인도 현지 인플루언서와 함께 오기로 약속했지만 최근 방문을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C 대표는 “한국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해외 바이어들은 ‘출근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현재 한국을 준전시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수출 기업들도 계약이 파기되는 일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수출 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국 불안이 불러온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한 물류 비용 증가 또한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소상공인과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과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류필선 소공연 전문위원은 “연말 대목이 사라져 소상공인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정치권의 노력과 함께 소상공인 사업장 소비에 관한 소득공제율 확대, 세제 완화 등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경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