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최근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구형 모델과 같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기술 발전이 둔화하고 있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조사 업체 테크인사이츠가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70 프로 플러스’를 분해한 결과 7나노로 제작된 ‘기린 9020 프로세서’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메이트60 프로에서 처음 선보인 기린 9020은 화웨이가 자체 설계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에서 만들고 있다.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가 업계 선두 주자인 대만 TSMC보다 여전히 5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화웨이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7나노 기술을 넘어설 가능성이 낮으며 TSMC와 삼성전자가 내년에 2나노 기술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웨이가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7나노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성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정된 회로 평면도를 가지고 있고 반도체 칩의 크기 역시 기존 모델보다 15% 늘렸다고 테크인사이츠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지난해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줬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웨이가 적어도 2026년까지 7나노 기술의 벽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 상무부가 중국이 구매한 ASML 장비에 대한 서비스 중단과 추가 장비 판매 금지 조치를 내놓으면서 SMIC가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개선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미국의 수출통제로 첨단 장비의 활용이 원천 봉쇄되면서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대중 기술 봉쇄의 효과를 화웨이 사례를 통해 확인한 만큼 앞으로 규제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