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퇴진 거부…탄핵안 자유투표로 ‘군 동원 정치’ 책임 물어라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계엄 선포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조기 퇴진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불법성을 시인하지 않고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거대 야당 탓으로 돌렸다. 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강변했다. 특정 시점에 대통령직에서 자진 사퇴한다는 여권 내부의 ‘질서 있는 퇴진론’을 거부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강성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사법처리에 대비해 변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사태’ 정당화의 근거로 제시한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입법 폭주, 방탄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회 등 정치 문제 해결에 군대를 동원한 것은 어떤 이유와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 77조의 계엄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한 이유로 전산 시스템 해킹과 데이터 조작 점검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윤 대통령이 확증 편향과 과잉 신념에 빠져 상황을 오판하고 위헌·위법적인 계엄을 발동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12일 국회에 제출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표결을 14일 실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탄핵 찬성’을 공식화했지만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한 대표의 입장에 비판적이어서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관여를 들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켜 직무를 정지시켰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되면서 내각이 무력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자유투표에 맡겨 ‘군 동원 정치’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고 당 쇄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여야는 무한 정쟁을 접고 정치 불안 해소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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