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대규모 투자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 현지 소비자를 위한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대폭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현지 판매 실적이 급감하는 등 고전하고 있지만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BAIC는 베이징현대에 각각 5억 4800만 달러씩 총 10억 96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2022년 베이징현대에 9억 4200만 달러(약 1조 1500억 원)를 증자한 데 이어 약 2년 만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BAIC는 이번 투자로 베이징현대의 자본 안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신기술·신제품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BAIC은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국제 시장에서 수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에 대응할 수 있는 전기차 출시로 시장점유율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전기차 판매 성장을 고려할 때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은 872만 1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36.7% 성장했다. 같은 기간 북미(147만 1000대)는 8.4% 성장하고 유럽(250만 2000대)은 0.9% 역성장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중국은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64.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10대 중 6대 이상은 중국에서 팔린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9.3%로 3위에 해당한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뿐만 아니라 인도와 동남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을 대상으로 전기차 출시를 확대하며 판매 성장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반전 분위기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내년 중국 연간 판매 목표로 50만 대를 잡았다. 올해 4개 신차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전용 전기차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2026년부터는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차종을 확대한다. 특히 장거리 주행을 원하는 현지 수요에 발맞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출시도 예고한 상태다. 2026년 양산을 시작해 2027년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EREV로 연간 3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다. 신흥 시장을 겨냥한 수출 물량도 확대한다. 내수 판매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 수출량도 확대해 중국 현지 공장 가동률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23만 9000대로 최고치를 달성한 2016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사드 보복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베이징현대는 기존 4개 공장 중 현재 2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2021년 베이징 1공장에 이어 올해 충칭 공장을 추가로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