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근 차세대 양자컴퓨터 칩 ‘윌로(Willow)’를 공개하고 2030년께 상용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제시하면서 국내외 관련주들도 들썩이고 있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실용화를 위한 진일보한 발전이 이뤄졌다는 평가에 인공지능(AI)을 잇는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다만 여전히 산업 태동기로 관련주의 변동성이 매우 큰 만큼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달 9일(현지 시간) 양자 칩 ‘윌로’를 공개한 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뉴욕 증시에서 10일과 11일 이틀간 11% 이상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2일에는 1%대 하락하며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지만 반독점 이슈로 눌려 있던 투심이 양자컴퓨팅으로 국면 전환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자컴퓨터계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반도체 제작 스타트업 리게티컴퓨팅(Rigetti Computing)은 11~12일 이틀 동안 58.9% 급등한 후 12일에는 19% 이상 급락해 큰 변동성을 보였다. 연초 이후로 기간을 늘리면 12일까지 506% 급등했다. 이 밖에도 아이온큐(142%), 디웨이브시스템(344%) 등도 같은 기간 2~4배가량 급등하며 해당 분야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국내 양자컴퓨터 관련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케이씨에스(115500)는 10일부터 사흘간 53.6% 급등한 후 13일 5% 이상 하락 마감했고 엑스게이트(356680) 역시 같은 같은 기간 65% 급등한 후 6.59% 내렸다. 드림시큐리티(203650)·우리넷(115440) 등도 비슷한 패턴이다.
이번 급등장은 구글이 내놓은 칩셋 윌로가 견인했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초고속 연산을 할 수 있어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데 구글은 이달 9일 기존의 슈퍼컴퓨터가 10의 25제곱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가 장착됐다. 통상 양자컴퓨터는 연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오류가 증가하는데 윌로는 최신 양자 오류 수정 기술을 사용해 오류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설명이다. 현재 구글을 포함해 IBM·아마존·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들이 양자컴퓨터 분야에 적극 투자 중이며 AI 시장이 커질수록 막대한 계산량을 소화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은 특히 구글이 2030년 전후라는 상용화 시점을 제시했다는 데 주목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용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단기 테마, 스토리에 따라 2025년에도 주가가 강할 수 있다”고 봤다.
AI가 챗GPT로 대중화의 포문을 연 것처럼 윌로가 양자컴퓨팅 분야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팅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계기로 이달 17일 ‘KOSEF 미국양자컴퓨팅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술 구현이 까다롭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등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도 기관마다 제각각일 정도다. 신규 산업이다 보니 실제 기능을 했을 때 어느 산업군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작용할지 제대로 예측이 안 되는 탓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우 초기 시장이고 기업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어 어떤 기업의 기술이 더 우월하다고 결정하기에는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며 “기업들이 발표한 양자컴퓨터의 기술 로드맵을 얼마나 신뢰도 높게 지켜가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사업부장도 “개별 기업 간 기술 편차가 크고 주가 변동성도 높아 개별 종목 투자보다는 ETF를 통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