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W·구글 AI·퀄컴 AP 결합…'킬러 콘텐츠'로 시선 잡는다

■삼성 XR 연합군 '무한' 공개…내년 하반기 출시
'안드로이드 XR' 기반 OS 최적화
개발자 전폭 지원해 앱·게임 확장
AI 비서가 실시간 번역·길안내도
XR시장 74% 장악 메타 본격 추격
가격·무게 등 폼팩터 혁신이 관건

삼성전자가 구글·퀄컴과 협업해 개발 중인 확장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無限)’. 사진 제공=삼성전자

소문만 무성했던 삼성전자(005930)의 확장현실(XR) 기기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새로운 폼팩터(제품 외형)이자 유망 분야로 꼽혀온 XR 산업이 본격적으로 꽃피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XR 기기가 출시된 지 10년이 흘렀음에도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한 킬러 콘텐츠 부족과 비싼 가격으로 인해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더딘 상황이다. 메타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애플에 이어 삼성·구글·퀄컴 연합군이 가세하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XR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구글캠퍼스에서 개발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XR 언록’ 행사에서 공개된 XR 기기(프로젝트 무한)에는 연합군을 형성한 기업들의 핵심 기술이 결집됐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구글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 기술,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장착됐다. 무한은 2025년 1월 말 열리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 언팩 행사에서 실물이 처음 공개되고 내년 하반기 중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풍부한 콘텐츠 제공=무한은 XR 특화 OS ‘안드로이드 XR’로 구동된다. 구글 앱이 무한에 최적화돼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유튜브나 구글TV 콘텐츠를 가상의 대형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다. 지도의 몰입형 보기를 통해 장소를 가상으로 탐험할 수도 있다. 크롬 브라우저는 다중 가상 화면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다양한 서드파티 앱·서비스 콘텐츠 또한 확보할 예정이다. 구글은 XR 기기용 앱과 게임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개발자를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생태계와 폭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더욱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가 탑재돼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용자가 현재 보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면 AI가 답변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외국어로 적힌 메뉴판도 번역해준다. 현실 세계와 지도를 겹쳐 보며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된 ‘서클 투 서치’ 기능을 사용해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정보를 바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AI 비서 기능을 탑재한 XR 기기가 메타의 ‘레이벤 메타’ 정도뿐인 상황에서 AI를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선두 주자 메타, 브랜드 파워 애플과 3파전=삼성전자와 구글·퀄컴 연합군은 XR 시장을 선점한 메타를 상대해야 한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XR 시장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가상현실(VR) 전문 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한 메타는 2020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팀을 ‘리얼리티랩’으로 재편하고 ‘퀘스트2’를 출시했다. 2021년에는 메타버스 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다. 메타는 한층 고도화된 XR 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올해 9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에서는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을 공개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애플도 넘어서야 한다. 애플은 ‘공간형 컴퓨터’라고 부르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올해 2월 미국에서, 지난달 15일 한국에서 출시했다. 비전프로의 두뇌로 고성능 M2 칩을 장착하고 2300만 화소의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4K 해상도의 초고화질(UHD) 영상을 볼 수 있다.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는 2021년 스타트업 피코를 인수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비싼 가격, 무거운 무게는 대중화 걸림돌=글로벌 빅테크가 XR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차세대 디지털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XR 기기는 손을 쓰지 않고도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며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벽을 허무는 경험까지 제공한다. 이로 인해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올해 244억 2000만 달러(약 35조 원) 규모인 글로벌 XR 시장이 2029년 848억 6000만 달러(약 121조 54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XR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고 무게를 줄이는 등 지속적인 폼팩터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 비전프로는 600g이 넘는 무거운 무게와 비싼 가격(최소 499만 원), 킬러 앱의 부족 등으로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이 2013년 선보인 ‘구글 글라스’는 높은 가격과 함께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2015년 단종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XR 기기 ‘홀로렌즈’ 개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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