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찾고 대변신에 성공한 女골퍼들…배소현·박현경·박지영·유해란 그리고 김수지



퍼팅한 공을 바라보고 있는 배소현. 사진 제공=KLPGA



늦게 핀 ‘골프 꽃’ 배소현은 2011년 입회했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규 무대에서 신인으로 활약한 것은 2017년이다. 장은수가 신인왕이 된 그 해 박민지와 김수지가 신인 랭킹 2,3위에 올랐고 배소현은 11위에 머물렀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19차례 컷 탈락한 배소현의 상금 랭킹은 101위(3182만원)였다. 시드전을 통해 투어에 살아남았지만 2018년에도 배소현은 24개 대회에서 18번 컷 탈락하면서 상금 랭킹 100위(3202만원)에 그쳤다. 결국 그는 드림투어로 돌아가야 했다.


밥 먹듯 컷 탈락을 하던 배소현이 정규 투어로 돌아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해 상금 랭킹 40위에 올랐고 2022년 29위, 2023년 35위로 시드를 잃지 않고 버텨나갔다. 그러던 배소현이 올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데 이어 시즌 3승까지 거두면서 상금랭킹 9위(8억 1719만원)에 오른 건 최대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을 파악하고 있는 박현경. 사진 제공=KLPGA


1993년생 배소현이 늦은 나이(31세)에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던 건 골프 팬도 잘 아는 것 같이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신인이던 2017년 그의 드라이브 거리 순위는 71위(242.30야드)였다. 2018년에도 66위(238.03야드)에 머물렀다. 하지만 정규 투어로 돌아온 2021년 배소현은 서서히 장타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1년 15위(244.81야드), 2022년 24위(243.11야드) 그리고 2023년에는 8위(249.84야드)까지 치고 올랐다. 숨겨졌던 비거리를 찾으면서 성적도 좋아졌다. 그리고 드라이브 거리 5위(252.21야드)에 오르면서 장타자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한 2024년 배소현은 ‘스타 탄생’을 알렸다.


올해 배소현처럼 샷 거리를 늘리면서 성적이 좋아진 여자 골프 선수가 꽤 많다. 3승을 거두면서 상금랭킹 2위에 오른 박현경도 늘어난 거리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다.


박현경은 원래 퍼팅을 무척 잘하는 선수다. 2021년 평균 퍼팅 부문 1위(29.45개)에 올랐고 2022년 2위(29.39개), 그리고 지난해도 4위(29.4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그의 상승세를 견인한 건 퍼팅이 아니다. 올해 그의 퍼팅 순위는 24위(29.83개)로 마감했다.



그린을 읽고 있는 박지영. 사진 제공=KLPGA


대신 최근 4년 간 티샷 거리가 꾸준히 늘었다. 2021년 69위(232.55야드), 2022년 62위(234.43야드), 2023년 57위(238.30야드), 그리고 올해 46위(239.24야드)로 증가했다. 티샷 거리가 늘면서 가장 큰 변화는 그린 적중률이 크게 좋아졌다는 점이다. 2021년 41위(73.26%), 2022년 53위(70.20%), 2023년 53위(68.84%)였던 그린 적중률이 올해는 5위(76.62%)로 껑충 뛰었다. 늘어난 티샷 거리로 쉽게 버디 기회를 만든 것이다. 평균 퍼팅수가 나빠진 것도 그린 위에 공을 올리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박현경이 올해 평균 버디 부문에서 2위(3.91개)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비거리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3승을 거두면서 상금 랭킹 3위(11억 1226만원)에 오른 박지영도 작년에 비해 드라이브 거리가 확 늘어나면서 ‘커리어 하이’ 성적을 찍은 선수다. 작년 35위(242.54야드)였던 거리가 올해 9위(250.12야드)까지 올랐다.



샷을 하고 있는 유해란.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에서도 거리가 늘면서 역시 최고 성적을 낸 주인공이 있다. FM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13차례나 오르면서 상금랭킹 5위(281만 달러)를 기록한 유해란이다. 상금 랭킹 15위(155만 달러)에 올랐던 지난해 57위(259.95야드)였던 드라이브 거리가 올해 36위(264.96야드)로 좋아졌다.


비거리가 늘면서 대박을 친 선수에는 ‘가을 여왕’ 김수지를 빼놓을 수 없다. 김수지는 원래 드라이브 비거리가 긴 편이 아니었다. 2017년 36위(247.35야드)로 시작한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2018년 69위(237.84야드), 2019년 86위(232.11야드), 그리고 2020년 87위(226.75야드)까지 떨어졌다. 비거리가 가장 짧았던 2020년에는 상금랭킹 84위까지 처지면서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다행히 시드 순위전에서 6위에 올라 정규 투어에 남게 된 김수지는 그해 겨울 혹독한 훈련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장타자 김수지’로 거듭났다.



퍼팅 후 갤러리에게 인사하는 김수지. 사진 제공=KLPGA


2021년 김수지의 드라이브 거리 순위는 22위(243.21야드)로 껑충 뛰었다. 드라이브 거리가 늘어나면서 그린적중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2020년 90위(66.41%)였던 그린적중률 순위가 2021년 9위(76.97%)로 대도약을 했다. 2022년에는 드라이브 거리 16위(245.67야드)에 그린적중률 4위(77.26%)였고 지난해에는 드라이브 거리 9위(249.80야드)에 그린적중률 1위(78.18%)로 더 날카로워졌다.


올해도 김수지는 드라이브 거리 10위(249.85야드)와 그린 적중률 1위(80.75%)를 기록하면서 상금 랭킹 5위(9억 9650만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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