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빛낸 선수들, 나눔도 눈부셨다

사랑의 열매 1억 이상 고액 기부
스포츠선수 32명 중 14명이 골퍼
인기 스타는 팬클럽과 봉사활동
선배들의 후원에 후배들도 동참
매니지먼트 "기부가 투어 전통으로"

박현경. 사진 제공=KLPGA

김수지. 사진 제공=KLPGA

이채은. 사진 제공=KLPGA

국내 프로골프계에 나눔과 기부가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의 활약으로 금전적인 보상과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들이 그에 걸맞은 나눔으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 소외 계층과 소외 지역, 병원, 모교, 꿈나무를 후원하고 재능 기부를 하는 등 나눔의 분야도 다양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자 수에서도 기부 문화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13일 현재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된 총 32명의 스포츠 선수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치인 14명(44%)이 프로골프 선수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2012년 프로골퍼로는 최초로 가입한 프로 통산 15승의 최나연을 시작으로 박성현·배상문·박인비·노승열·고진영·최혜진·박현경·김수지 등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가장 최근에는 KLPGA 투어 소속 이채은(25)이 올해 7월에 가입을 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선수들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는 가입 소감을 공통적으로 전달했다”면서 “골퍼들의 기부는 개인의 기부 활동이 소극적인 한국의 나눔 문화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덤이 두텁기로 유명한 선수들은 팬클럽과 함께 선행을 베풀고 있다. 박현경은 13일 팬클럽 ‘큐티풀현경’과 함께 연탄 1000장을 안성시 독거노인 가정에 직접 배달했고, 장애 청소년 체육 인재 양성 등을 위해 사랑의열매에 기부금 4200만여 원을 전달했다. KLPGA 투어 통산 5승의 임희정은 팬클럽 ‘예쁜 사막여우’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3200만 원을 전달해 4년간 총 1억 722만 원을 기부했다. 박성현도 팬클럽 ‘남달라’ 회원과 함께 조성한 자선기금 5000만 원을 최근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에 쾌척했다.


후배 양성을 위해 기부에 나서는 선수들도 늘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올 시즌 KPGA 투어 대상·상금왕을 차지한 장유빈과 KLPGA 투어에서 뛰는 이제영은 최근 골프 꿈나무를 후원하는 유원골프재단에 각각 4000만 원과 1000만 원을 기탁했다. 둘 다 과거 유원재단의 후원을 받은 ‘유원 키즈’다. 마다솜과 이가영·성유진 등도 후배 골퍼들을 위해 특정 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기부 사례도 있다. 지난해 KPGA 투어에 데뷔한 이유석은 3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최근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에 기부했다. 그는 2022년부터 모발 기부를 작정하고 머리카락을 길렀다고 한다. 유송규는 10월 KPGA 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 1라운드에서 기록한 홀인원 상품으로 받은 박카스 8000병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하기도 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선배들의 모범을 따라 후배 선수들도 많이 따라서 기부에 동참하는 모습”이라면서 “노출되는 것보다 더 많은 선수가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 세무사는 “세법상 자영업자로 분류돼 사업소득세를 내는 프로골퍼들은 경비로 인정받는 기부를 통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기부는 사회 공헌도 하고 세금 감면도 받는 일석이조의 혜택”이라고 했다.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프로골프 선수=최나연·김해림·박성현·배상문·박인비·이승현·노승열·고진영·최혜진·유소연·이정은6·박현경·김수지·이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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