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입법부·사법부 권한을 침해하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계엄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13일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으나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계엄 선포 직후 국군방첩사령관이 경찰에 위치 추적을 요구했던 명단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부장판사도 포함됐다는 주장이 조 청장 측으로부터 나왔다. 현직 판사 체포 방안이 거론된 데 대해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만일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14일 오후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을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이미 국민의힘 내 탄핵 찬성 ‘이탈표’가 가결 요건인 8명을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대통령이 8년 만에 또 탄핵 위기에 처했는데도 여당은 반성과 쇄신은커녕 당권 싸움만 벌이고 있다. 1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윤 대통령 탄핵 및 출당 문제 등을 둘러싼 친윤계와 친한계의 충돌로 아수라장이 됐다. 거대 야당은 조기 대선을 의식해 국무위원 줄탄핵,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 등으로 국정 마비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가 위기가 닥쳤는데도 여야 모두 정치적 득실이나 따지고 있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군대를 동원해 헌법기관 무력화를 시도한 것은 어떤 이유와 논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자유투표로 윤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켜 헌정 질서 훼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국헌 문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성역 없는 수사와 엄정한 사법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탄핵 등에 의한 윤 대통령 퇴진에 대비해 헌법과 상식에 기초한 국정 정상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당정은 경제·안보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조기 수습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수권 정당’이 되려면 국정 안정과 국론 분열 치유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